김명민은 작품상 캐릭터로 인해 냉철하게 보이지만,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몇 안 되는 배우이다. 지금껏 만난 배우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털털하고 성격 좋은 사람인데 어떨 때는 너무 솔직해서 조금은 푼수 같이 보이기도 한다.
김명민은 2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제까지 ‘조선명탐정3’를 촬영하다가 왔다. 8월 7일부터 첫 촬영을 시작했는데 재밌는 게 첫 촬영을 하고 그 다음에 (제작진과)고사를 지냈다. 감독님이 좋은 날짜를 받아왔다고 하더라. 기운이 좋다(웃음).”고 근황을 전했다.
김명민은 이달 23일 개봉하는 신작 ‘V.I.P’(감독 박훈정)로 다시 한 번 스크린의 문을 두드린다. 지난 6월 개봉한 ‘하루’(감독 조선호) 이후 2개월 만의 행보이다. 쉴 틈 없이 일하는 ‘열일 배우’인 것. 이번 영화에서 그는 거대 권력과 맞서는 정의로운 경찰 채이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김명민은 “예전에는 다혈질 같은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만큼 유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면에 있었던 부분이 캐릭터에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감정을)가져올 수 있다”고 채이도 캐릭터 분석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채이도에 대해 상상이 안 갔다. (일지를 쓰면서)이도가 결혼은 했지만 이혼을 했다고 가정했고, 아이들도 부모님에게 맡겼다고 생각했다. 폭력을 서슴지 않으니 좌천되는 생활도 반복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분명한 것은 그가 범인을 잡는데 귀신같은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명민은 무엇보다 색다른 소재로 흥미를 끄는 ‘브이아이피’의 소재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저는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작품 선택을 하는데 ‘브이아이피’도 그랬다. 이번 영화는 박훈정 감독님을 보고 선택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박)희순이 형이 리대범 역할이라는 얘기만 듣고 들어갔는데 다른 배우들이 하나 둘씩 합류를 하면서 궁금증이 있는 상태에서 출발을 했다”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브이아이피’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에 대해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연기하는 느낌이 없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김명민은 “감독님이 진짜 꼼꼼한 성격이다.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친다. 같이 했던 스태프와 계속하는 의리가 있다”며 “작품을 떠나서 감독님과 (성격, 성향 등)잘 맞는 부분이 많았다.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사이였다”고 남다른 팀워크를 자신했다.
그는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장동건에 대해 “장동건은 너무 잘생겼다. 여전히 후광이 대단하다”라며 “화보를 찍을 때도 계속 그 친구와 나랑 투샷(한 화면에 두 명의 인물을 담은)이라 싫었다(웃음). 왜 나를 이 자리에 앉혀놨는지 궁금했다”며 “동건이가 진짜 잘생기긴 했다. 예전에 제가 단역이었을 때 그 친구는 주인공이었는데 그때 봐도 후광이 대단했다. 동건이가 여전히 젠틀한 남자”라고 장동건의 인성과 예의바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톱스타로서 얼마나 답답하겠냐. 얻는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을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드니 자신의 속내도 드러내고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 같다. 저와 사는 얘기를 많이 한다. 아빠들이 모이면 아이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생애 첫 악역을 맡은 후배 이종석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인기가 높은 스타임에도 선배 배우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이종석의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종석이랑 붙는 신이 가장 많았다. 대본 리딩을 하고 나서 같이 맥줏집에 갔는데 그때부터 그 친구가 고민이 많아 보이더라. 감독님이 정확한 디렉션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하라고 하는 스타일이라서 먼저 와서 '도와달라'고 하더라. 창피함도 무릅쓰고 물어봐서 놀랐다. 선배 배우에게 자신이 모르는 것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쉽지 않은데 가식이 없이 솔직 담백하다. 지금의 열정과 노력대로 간다면 지금보다 더 잘 될 친구 같다(웃음).”/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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