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이 영화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으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다. 시사회로 작품이 첫 공개된 이후,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에 비견될 만큼, '브이아이피' 속 이종석은 배우 인생 전체의 필모그래피를 전복할 만한 파격 변신을 선보인다.
'브이아이피'에서 기획 귀순으로 남으로 내려온 북의 최고 VIP 김광일 역을 맡은 이종석은 두려울 만큼 잔혹하지만, 매혹될 만큼 아름다운 악역을 완성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학교 2013', '더블유'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밝고 청량한 성장형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이종석은 첫 악역 변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게도 완벽하게 옷을 바꿔 입었다.
이종석은 생애 첫 악역 변신에 대해 "다른 걸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그런데 막상 개봉을 앞두니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속은 시원하다”며 “내가 한 거랑 다른 걸 하니까 불안했었던 거다. 느와르라는 장르를 항상 해보고 싶었지만, 제가 가진 이미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말갛기만 한 이종석의 비주얼은 오히려 '브이아이피' 속 김광일의 악행을 더욱 극대화한다. 살인을 저지를 때도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 김광일은 이종석이 있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이종석은 "크게 변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제 외적인 모습을 무기로 쓸 수 있었던 영화인 것 같다. 다른 것들도 조금씩은 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을 해서 모험을 했다”며 “제 모험에 점수를 준다면 80점 정도 되는 것 같다. 제가 제 작품을 보고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이 없었다. 8년 정도 연기를 해오면서 그런 순간이 정말 드물었는데, 이번 작품은 정말 잘 녹아든 것 같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브이아이피'를 통해 이종석은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과 연기 합을 맞춘다. 앞서 출연했던 '관상'에서도 송강호, 조정석 등과 호흡을 맞췄던 이종석은 "'관상' 때 저만 나오면 뭔가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더라. 제가 선배님들한테 데시벨이 계속 지는 느낌이었다"며 "'관상'때의 죄책감 때문에 선배님들한테 누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처음이고 불안하니까 선배님들한테 항상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석은 최근 본의 아니게 군 입대 연기와 SNS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둘 다 이종석 본인은 원치 않은 해프닝이었다. 1989년생, 아직 입대 시기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남아있지만 영화 '마녀'의 하차가 알려지며 화제를 끌었고, 여기에 생일 기념 팬미팅으로 소속사를 저격했다는 추측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종석은 이에 대해 "트러블메이커가 된 기분"이라고 껄껄 웃었다.
입영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영장이 나왔을 당시 '마녀’ 크랭크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로 군 입대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께 피해를 안 끼치고 싶었고, 만약 가게 된다면 감독님께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까 ‘캐스팅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가, 군 입대를 연기하게 된 거다"라며 "그 이후에 감독님한테 ‘제가 다시 할게요’라고 얘기하기도 애매하지 않나. 일단은 연기를 했고, 영장이 다시 나올 거다. 군 입대 시기가 확실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 입대에 대해서는 “저도 싱숭생숭했다. 나이가 차긴 했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 군대 가야돼, 이런 생각은 못했는데 영장을 받고 나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YG를 저격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이종석은 "그렇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SNS는 팬들 보라고 하는 거다. 팬미팅은 암묵적으로 팬들과 약속같은 거였다. 비슷한 날짜에 늘 해왔는데 혹시 취소, 연기가 될 수 있으니 조금 더 많이 설명을 한 거였는데 저는 그게 그렇게 저격이라고 표현될 줄은 상상도 몰랐다"며 "YG는 진행비도 잘 나오고 정말 좋은 회사다. 본의 아니게 난감하게 됐다. 공연 내용에 이견이 있어서 연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제가 워딩을 잘못 썼나보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종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평가받고 싶다는 욕심이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획득했고, 드라마 '더블유'로는 연기대상까지 받았지만, 아직 스크린은 그에게 미지의 세계다. 드라마에 비해 흥행 역시 다소 저조했던 것이 사실. 이종석은 '브이아이피'를 통해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통하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지만, 이종석이 '연기도 좀 하는 애구나'라는 걸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첫 번째 목표예요.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이런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mari@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