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 승리 팀을 예측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두산이 승기를 챙기는 데 필요한 건 단 3이닝이었다.
두산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을 10-4로 승리했다. 최근 3연승. 주초 롯데와 2연전을 모두 내주며 한풀 꺾이는 듯했던 두산의 흐름은 여전했다. 홈에서 KIA를 '스윕'한 데 이어 kt전 승리로 3연승을 질주했다.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6이닝 7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시즌 13승을 따냈다.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의 위엄이다. 6회 5피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3실점한 건 옥에 티. 그러나 5회까지는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니퍼트의 공로도 컸지만 승리의 요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친 타선'이었다. 두산은 3회까지 9득점하며 kt의 기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kt의 '퀵 후크' 초강수도 통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1사 후 류지혁이 볼넷을 골라나간 데 이어 박건우가 좌월 2루타로 그를 불러들였다. 두산의 가벼운 선취점. 타구가 빨랐지만 좌익수 위치 근처로 향했기에 잡힐 듯 보였다. 그러나 첫 발이 늦었던 좌익수 하준호의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 kt는 공격 한 번 해보기도 전에 열세에 놓였다.
'수비 덕'이라는 이야기가 듣기 싫어서일까. 두산 타선은 2회에도 식지 않았다. 선두 양의지가 볼넷을 고른 데 이어 오재일이 우월 투런포로 리드를 벌렸다. 오재일은 볼카운트 1S에서 kt 선발 주권의 2구 체인지업(121km)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05m. 오재일의 시즌 14호 아치였다.
그러자 kt 벤치가 움직였다. kt는 주권을 곧바로 내리고 김사율을 투입했다. kt는 이날 전까지 퀵 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마치기 전 교체) 23차례로 최저 3위에 올라있었다. 1위 두산(18번), 2위 KIA(20번)야 선발진이 워낙 탄탄한 강팀이기에 퀵 후크 강수를 꺼내들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진은 물론 투수진 전체의 두께가 두텁지 않은 kt로서는 다소 의외의 기록. 그만큼 영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김진욱 kt 감독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빨랐던 교체였다.
김사율은 2회 안타와 볼넷 한 개씩을 내줬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퀵 후크 카드가 통하는 것 같은 기대는 이내 무참히 깨졌다. 두산은 3회 5안타(2홈런) 2볼넷으로 대거 6득점하며 '빅 이닝'을 만들었다. 선두 박건우의 2루타와 김재환의 안타로 무사 1·3루, 닉 에반스가 좌중월 3점포를 쏘아올렸다. 시즌 21호. 양의지의 안타와 1사 후 대타 최주환의 볼넷으로 이번에는 1사 1·2루, 김재호 차례였다. 김재호는 김사율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월 3점포를 뽑아냈다. 전날(18일) 경기에 이은 연이틀 대포. 3회 홈런 2방으로만 6득점. 점수는 9-0까지 벌어졌다. 승부는 사실상 거기서 끝났다.
kt는 6회 니퍼트 상대로 5안타를 때려내며 3득점했다. 하지만 초반 내준 9점의 열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 양 팀은 8회 솔로포 한 방씩을 주고받았고,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두산의 10-4 승리.
초반에 따냈던 점수는 두산의 자산이었다. 후반기 불붙은 두산 타선은 아직 식지 않았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