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입추가 지났다, 박정권이 살찌는 계절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19 21: 05

‘가을 사나이’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 선수야 이런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입추가 지나자 방망이가 터지고 있다. KBO 리그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과학 중 하나다.
올 시즌 팀의 주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으나 정작 그라운드에서 부진했던 박정권은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18일 인천 LG전에서는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5타점을 쓸어 담았다. 2개의 홈런은 팀의 승기를 가져오고 굳히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타격감은 19일에도 이어졌다. 광주 KIA전에서 1회 3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첫 2경기 연속 홈런의 신바람. 팀의 좌타 라인에서 유일하게 장타력을 보여주던 한동민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뒤라 박정권의 활약은 더 반갑다. 여기에 시즌 막판 강한 면모도 다시 한 번 선보이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날씨가 선선해지면 박정권이 불타오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미소 짓는다.

절기상 올해의 가을은 8월 7일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박정권은 8월 7일 이후 10경기(선발 6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25타수 11안타에 이른다. 여기에 11개의 안타 중 홈런이 4개였고, 13타점을 기록했다. 13타점은 홈런이 나온 3경기에서 모두 기록했다. 한 번 터지면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타율은 0.920에 이른다. 구단이 박정권에게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가 나오고 있다.
힐만 감독은 박정권의 상승세에 대해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사실 박정권은 부진할 때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오지 않았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 보였다. 결국 어떤 하나의 구종도 공략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린 구종에 화끈하게 방망이가 돌아가고 있다. 자신감도 찾았고, 컨디션도 좋다.
사실 박정권은 이런 사이클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어느 선수나 시즌 내내 잘하는 것이 당연한 목표다. 어느새 꼬리표처럼 붙은 ‘가을’이라는 단어가 답답한 이유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박정권은 SK의 5강 싸움을 이끌 선봉장으로 손색이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광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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