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KBO리그 신인선발 지역 불균형과 아마야구의 일탈 행위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7.08.18 10: 03

프로야구 지방구단의 한 단장은 “고교야구 우수 선수들의 서울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앞으로 지방구단은 우수자원 부족에 더욱 시달릴 게 뻔하다.”고 푸념했다.
고교 야구선수들이 서울로 몰려드는 데 따라 KBO리그 신인 선발 때 지방구단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한 것이다.
2017년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돼 있는 고교 팀 수는 모두 73팀이다. 그 가운데 서울은 16, 경기도는 15팀으로 팀 수 1, 2위(전체 비율 42%)를 차지하고 있다. 선수수도 2764명 중 서울이 701, 경기도가 529명(45%)으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2015년 이후 2017년까지 지역별 선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은 599→686→701명, 경기도는402→430→529명으로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의 서울과 수도권 편중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방 구단은 특히 1차 지명 때마다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섞인 전망이 이해가 된다.
우수 자원이 서울구단(두산, LG, 넥센)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 결국 프로야구단의 균형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물론 구단마다 선수 육성이나 숨은 인재 발굴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이런 지적이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겠지만 출발선의 차이는 어쩔 수 없게 된다.
서울이나 수도권 고교 팀 간에도 편차는 크다. 올해 고교무대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고(대통령배 우승, 청룡기 준우승)는 1~3학년 선수수가 무려 7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청룡기 우승팀 배명고도 65명으로 서울고에 버금간다. 2, 30명 남짓한 지방고교 두세 팀을 꾸릴 수 있는 숫자다.
반면 전통의 명문으로 자율형 사립고인 신일고와 중앙고는 학년별 엔트리 제한으로 각각 27, 28명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일부 학교는 선수 부족에 허덕이고, 선수가 많은 팀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어서 갈등과 마찰 소지도 자라나고 있다. ‘골라 쓰는’ 팀과 ‘잇몸으로 버텨내야하는’ 팀의 차이는 당장 성적으로 연결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가 손을 맞잡고 아마야구 진흥책의 일환으로 창단 비용을 지원하는 덕분에 고교야구 팀 수는 67(2015년)→71(2016년)→73(2017년)으로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빛과 그늘’이 공존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고 봐야겠다. 예선전 없이 협회에 등록돼 있는 모든 팀이 참가할 수 있는 올해 봉황기대회에는 73개 고교 팀이 출전했는데 1, 2회전을 치른 결과 서울, 수도권 팀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비록 외형적인 성장은 눈부시지만, 양적 증가가 반드시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야구판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는 정반대로 인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한탄이 협회나 KBO 주변에서 절로 나온다. 고교에서 기초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인성교육도 소홀히 한 결과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더라도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금지약물 복용이나 음주운전, 도박 등에 빠지는 선수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도자들의 자질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고교 감독이 투수교체를 하기 위해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며 마운드로 향하고, 시상식을 보이콧 하는 행위는 ‘배움의 연장’인 야구장에서 고교 선수들이 할 행위는 분명 아니라는 게 뜻있는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설사 심판 판정에 잘못이 있더라도, 지도자들의 지시를 따랐겠지만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행태는 이미 우리 아마야구판에서 고질화 됐다. 심판의 ‘갑질’도 근절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에 설치했던 베이스볼아카데미가 2016년부터 문체부에 의해 ‘타의’로 폐교된 뒤 변변한 지도자 재교육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도 야구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능만 좋으면 뭘 하는가. 정신이 썩었는데.
일본의 예를 들기는 싫지만 그네들은 고시엔(甲子園)대회 예선만 통과해도 날뛸 듯이 기뻐하고 본선에서 탈락하면 눈물을 훔치며 선수들마다 고시엔구장의 흙을 가져가 소중하게 간직한다는 얘기는 우리 고교야구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거울’로 삼아야 한다.
도박과 금지약물 복용, 음주운전은 야구 판에서 근절돼야할 ‘3대 악’이다. 특히 금지약물 복용은 약물에 의지해 다른 이들을 딛고 서려는 못된 심보가 바탕에 깔려 있다. 앞으로 KBO는 현재처럼 부정기적으로 소수의 선수를 임의 선택해 도핑검사를 할 것이 아니라 표본 대상도 넓히고 불시에, 수시로 기습적인 검사를 해서 부정행위가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리더라도 ‘야구명예의 전당’에는 아예 후보로도 넣지 않게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새미 소사나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등 큰 업적을 남겼던 선수들이 금지약물 복용 전력으로 여태껏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 프로야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2017년 신인선수 드래프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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