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믿음, "해탈한 이동국, 부담 때문에 못하진 않을 것"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8.17 05: 00

"동국이가 부담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진 않을 것이다."
만 38세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이동국(전북 현대)이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을 좌우할 운명의 2연전에 나선다. 한국은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 뒤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5일 자정 운명의 최종전을 벌인다.
불혹을 4개월 앞둔 이동국의 발끝에 관심이 쏠린다. 신태용 감독과 한국 축구는 위기의 순간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에게 운명을 걸었다. 이동국은 2014년 10월 파라과이-우루과이전 친선경기에 소집된 이후 2년 10개월 여 만에 A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동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은사' 최강희 전북 감독은 16일 OSEN과 전화 인터뷰서 "신 감독이 벼랑 끝 승부의 부담이 있었기에 동국이의 경기력만 보고 뽑았을 것"이라며 "동국이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동국이가 가서 잘하고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대표팀 스트라이커의 숙명은 '영웅이냐 역적이냐'다.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애제자를 응원했다.
이동국은 신태용 감독이 전북의 경기를 관전할 때마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특히 지난달 23일 서울 원정서 결승골 포함 맹활약을 펼치며 신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 감독은 "동국이가 상주전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서울전서 잘했다. 결승골도 넣고 오는 볼을 다 연결해줬다"면서 "그 전까지는 뽑힐 확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전서 거의 완벽한 경기를 해서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국이 몸이 가장 좋았을 때다. 사타구니 부상 회복 뒤 나갈 때마다 잘해서 깜짝 놀랐다. 39세가 맞나? 29세 같을 정도로 잘했다"고 칭찬했다.
이동국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이지만 월드컵을 떠올리면 아픔이 많다. 1998 프랑스 월드컵서 혜성으로 떠올랐지만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다. 절치부심 준비한 2006 독일 월드컵은 십자인대 파열로 낙마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서 기회를 잡았지만 우루과이와 16강전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서도 예선에서 활약했지만 정작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다.
최 감독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있을 것이다"면서도 "젊은 선수들은 부담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할 수 있지만 동국이가 부담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이 큰 경기를 겪어왔기 때문에 자기 능력과 노하우를 갖고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오다 보니 해탈을 했다고 보면 된다. 내가 조언이나 말을 많이 하는 게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동국이에겐 딱히 해줄 말이 없다. '서른아홉 살에 유명해져서 좋겠다'라고 말해줄 것"이라고 농을 던졌다.
신태용호 1기에 전북에서만 6명이 차출돼 출혈이 크지만 최 감독은 대의를 위해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전북은 내달 9일 강원과 맞붙는다. 대표팀 선수들이 우즈벡전을 치른 뒤 7일 귀국해 출전이 힘든 상황이다.
최 감독은 "우즈벡과 시차가 4시간이라 강원전에 부담이 클 수도 있다"면서도 "한국 축구 자체가 벼랑 끝 승부에 놓여 있다. 신 감독이 잘해서 본선에 오르길 바랄 뿐이다. 시기적으로 이번 주말 경기가 끝나면 대표팀 올인 체제로 가야 된다. 축구인들은 모두 도움을 주고 잘 되길 빌어야 한다. 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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