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김주환 감독 "'청년경찰', 제 색깔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16 14: 00

첫 도전에 제대로 일을 냈다. 기분 좋은 사고다. ‘청년경찰’로 상업영화로는 처음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 김주환 감독의 이야기다. ‘청년경찰’은 “관객 분들이 즐겁게만 봐주시면 좋겠다”던 감독의 소박한 바람을 넘어 300만, 그 이상을 향해 파죽지세로 달려가고 있다. 여름 극장가, 그야말로 기분 좋은 반전의 탄생이다. “영화를 완성해서 관객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꿈같다”는 충무로의 진정한 루키, 김주환 감독을 만났다.
김주환 감독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필모그래피에서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인 ‘청년경찰’ 외에도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수십 편이다. 흥행작 ‘은밀하게 위대하게’, ‘도둑들’ 등에는 투자지원으로, ‘황해’,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 ‘쌍화점’ 등에는 마케팅으로 이름을 올렸다. 감독으로 입봉하기 전 한국의 3대 영화 투자배급사로 꼽히는 쇼박스에서 홍보팀과 한국영화투자팀을 거쳤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영화 연출을 꿈꿨다는 김주환 감독에게 영화 투자배급사 입사는 ‘청년경찰’ 속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경찰대에 들어가는 과정과도 비슷했다는 설명이다.

“항상 뭔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뭔가를 쓰거나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어느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제가 쇼박스에 들어갔던 건 영화에서 기준이와 희열이가 경찰대에 들어갔던 것과 비슷한 것도 같아요. 거기에서 생길 많은 일을 생각 못하고, ‘여기서 시작하면 될 것 같아’라는 얕은 마음에 들어간 걸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동안은 괴리감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홍보일이라는 게 영화랑은 밀접하지 않았거든요(웃음). 그런데 지금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해 보니,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제작비를 아끼는 법도 그렇고(웃음), 사람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청년과 경찰, 이제는 ‘청년경찰’ 때문에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됐지만, 사실 어색한 단어들의 만남이다. ‘청년경찰’의 시작에 대해 김주환 감독은 “청년은 제게 있어 굉장히 애착이 가는 주제다. 미완의 주제고, 열정의 상징이다. 늘 본받을 게 많다고 생각해왔다. 저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도 열정이 있어서 퇴근하고 나서 시나리오를 썼고, 열정이 있어서 저만의 영화를 만들었던 거다”라며 “제가 공군장교 출신인데, 복무하면서 친구들이 굉장히 재미있는 직업적인 고민을 하는구나 싶더라.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공군에 왔는데,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조종사가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을 때 다들 좌절한다. 뭐든지 1등인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애들은 애들일 뿐이다”라고 ‘청년경찰’의 첫 출발을 설명했다.
‘청년경찰’은 경찰을 꿈꾸는 경찰대생 기준과 희열의 좌충우돌 성장담을 그린 영화지만, 더 나아가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치열한 오늘을 희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도 있다. 스무 살의 경찰대생 기준과 희열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영화를 하고 싶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주환 감독의 고민도, 공군장교 시절 김주환 감독이 지켜봤던 공군학도들의 뜨거운 청춘의 고민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너무 빨리 진로를 결정하고 온 친구들이 ‘내 결정이 맞았나’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있어요. 연기를 꿈꾸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하다 보면 될 사람이 보이고, 난 정말 오래 걸리겠다는 것도 보이고 그러잖아요. 어릴 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더 고민이 극명한 것 같더라고요. 모두들 어릴 때는 모든 고민이 죽기 아니면 살기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 점에 저도 특히 공감이 많이 됐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하고 싶은 영화를 정말 하고 싶은데, 방법은 없는 것 같고, 고민이 됐죠(웃음).”
김주환 감독은 전작 ‘코알라’에 이어 또 한 번 ‘청춘’을 스크린에 그려낸다. ‘코알라’가 창업으로 어려움을 타개해보려는 청춘이었다면, ‘청년경찰’은 여러 방향으로 진일보했다. 이번에는 우연히 납치사건을 목격하고, 그 사건을 제 손으로 해결해보려는 ‘피 끓는 청춘’이다. 늘 미완의 주제라 ‘청년’, ‘청춘’이라는 단어에 도전하게 된다는 김주환 감독은 청춘을 ‘순수한 존재, 불가능과 타협하지 않는 존재, 게으르지 않은 상태’로 정의했다.
“제 청춘은 사실 방황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고. 사실 전 감독으로 보자면 굉장히 비주류거든요. 영화연출 전공하시는 분들이 보면 더 그렇죠. 영화 연출을 시작하면서 ‘네가 왜 이걸 해’ 이런 얘기를 들으면 고민도 많이 됐지만, 반대로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영화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제 색깔로 승부하는 거니까, ‘내 색깔로 승부해야지, 내 자신에 대해 뭔가를 보여줘야지’라는 생각만 가졌던 것 같아요. 죽어라 썼던 것 같아요(웃음).”
김주환 감독은 5년간 ‘청년경찰’에 공을 들였다. 뒤돌아보면 “엎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영화화되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금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호평 받고 있지만, ‘청년경찰’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했던 세월들도 있었다고.
“앞이 안보였어요. 롯데같은 좋은 투자배급사가 ‘청년경찰’을 선택해주기 전까지는 묻혀서 없어질 수도 있는 영화였죠.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서, 지금이 제발 꿈이 아니길 바라고 있어요. 돌아가면 정말 못할 것 같아요(웃음). 매번 최선을 다해서 힘들었거든요. 이 작품 하면서 정말 많이 늙었습니다. 그래도 지난 1년은 너무 행복했어요. 좋은 투자배급사를 만나고, 좋은 배우들과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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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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