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만 나가면 달라진다. 두산 베어스의 정진호(29)가 '클러치 히터'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올 시즌 정진호는 주자가 득점권에만 나가면 무섭게 변했다. 시즌 타율은 2할8푼8리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득점권에서 4할5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7회 이후, 3점 차 이내의 상황에서는 타율 5할8푼3리, 출루율 0.643으로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후반기에는 더욱 매섭다. 후반기 타율은 2할4푼5리에 머무르고 있지만, 득점권에서만큼은 5할3푼8리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2일 NC전에서도 정진호의 '찬스 본능'은 그대로 나왔다. 두산은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던 6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서 에반스가 1타점 적시타로 두산은 한 점을 달아났다. 계속된 무사 만루 찬스. 양의지가 3루-홈으로 이어지는 병살을 쳤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는 순간. 타석에 들어선 정진호가 NC 선발 에릭 해커의 투심을 받아쳐 중견수 방면 안타를 날렸다.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두산은 3-0으로 달아났다. 결국 두산은 3-0으로 이날 경기를 잡았고, 다음날(13일) 경기까지 잡으며서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정진호는 "아무래도 (양)의지 형이 병살을 쳐서 나까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해커의 공이 너무 좋아서 '큰일났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중심에만 맞히자는 각오로 배트를 돌렸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웃어보였다.
후반기 득점권에 강한 이유에 대해 그는 "(득점권에 강한지) 전혀 몰랐다"라며 "아무래도 주자가 밖에 있으면 더 잘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그랬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6월 7일 사이클링히트를 날렸던 그는 이후 민병헌의 손가락 부상으로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한 때 3할1푼4리를 치는 등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제 몫을 하며 민병헌의 공백을 채웠다. 김태형 감독도 정진호의 활약에 “공백을 잘 채워줬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28일 KIA전 이후 3할 아래로 타율이 떨어진 가운데, 정진호는 다시 3할 타율로 끌어 올리는 데 실패했다. 잡힐 듯 했지만,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했다. 정진호는 "사실 3할 타율을 조금 의식하기는 했다. 그런데 오히려 욕심을 부리면 잘 안 되는 것 같다"라며 "지금은 주어진 기회 속에 차근차근 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일단 경기에 나가서 좋다. 잘하고 싶다. 누구나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계속해서 잘하고 싶다"며 "팀이 더 정규시즌을 더 높은 순위로 끝내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며 굳은 다짐을 전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