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데뷔 첫 끝내기에도 이해창이 우울한 이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12 06: 02

데뷔 첫 끝내기. 한 경기의 마침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찍은 주인공은 kt 이해창(30)이었다. 가장 주목받아야 할 순간임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kt '안방마님' 이해창(30)은 생애 가장 짜릿한 순간에 오히려 죄책감을 느꼈다.
kt는 11일 수원 tk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전을 9-8로 승리했다. 7-8로 뒤진 9회 2사 1·2루서 이해창이 2타점 끝내기 2루타를 때려냈다. kt는 이날 승리로 KIA와 상대전적을 5승5패로 맞췄다. 승률 5할. 리그 선두 KIA에 열세를 띄지 않는 팀은 kt와 두산, NC(이상 .500)가 전부다.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의 경기였다. 중후반 싸움에서 앞선 쪽은 kt였다. kt가 7-6으로 앞선 9회 1사 2루, kt는 고의4구로 안치홍을 걸렀다. '안치홍 거르고 이범호'와 승부한 것이다. 이범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승택이 우전 3루타를 때려내며 주자 두 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KIA의 8-7 역전. kt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kt의 후반기 뒷심은 만만치 않았다. kt는 한 점 차 뒤진 9회, 손쉽게 2아웃을 당했다. 마지막 순간에 박경수가 볼넷, 유한준이 내야 안타로 살아나갔다. 타석에는 이해창. 이해창은 상대 마무리 투수 김윤동에게 볼카운트 1B-2S로 몰린 상황에서 우측 담장 때리는 2루타를 만들었다. 주자 두 명 모두 홈인. 이해창의 끝내기 안타였다. 지난 2011년 1군에 데뷔한 이해창의 첫 끝내기 안타.
이 경기의 마침표, 그리고 느낌표를 찍은 이해창. 경기 후 만난 이해창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이해창은 "끝내기를 치며 이긴 건 기분 좋다. 하지만 내가 끝내기 안타를 못 쳤어도 9회초 실점 없이 편하게 이기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라며 입을 열었다. kt 벤치는 9회 마운드에 '클로저' 김재윤을 투입하며 이해창도 함께 내보냈다. 경기를 끝낼 '마무리 포수'로 이해창을 선택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해창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어도 됐다. 아쉬움투성이다"라고 밝혔다.
비록 고의4구 작전이 벤치에서 나왔다고는 해도 이해창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경기 후 '벤치의 작전 미스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고의4구 작전 후 (김)재윤이와 내가 경기를 마무리했으면 그 작전은 '신의 한 수'가 됐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날 경기 첫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와 상대하는 작전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결과가 안 좋아 괜히 감독님께 부담을 드린 것 같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해창은 9회초 수비가 끝난 뒤 타석을 제대로 준비할 겨를조차 없었다. 이해창은 벤치에 앉아 침울해하는 김재윤을 달래기 바빴다. 워낙 승부욕과 책임감이 강한 김재윤은 모든 것을 본인 탓으로 돌렸다. 그럴 때 김재윤을 잡아준 건 '배터리' 이해창이었다. 이해창은 오히려 화살을 본인에게 돌렸다. 그는 "내가 동점 적시타만 때렸어도 재윤이의 잘못은 지워졌다. 그런 마음가짐이었는데 결과가 오히려 더 좋아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지난해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88경기 타율 2할3리,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던 이해창. 냉정히 말하면 썩 괜찮은 성적은 아니었다. 거기에 올 시즌 장성우가 복귀하며 기회마저 줄었다. 하지만 이해창은 적어진 기회에서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해창은 11일 경기 포함 84경기서 타율 2할4푼5리, 6홈런, 30타점을 기록 중이다. 70타수 가까이 덜 나섰지만 홈런은 타이, 타점은 이미 넘어섰다. 이해창은 "확실히 지난해 경험이 도움됐다. 지난해는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내가 실수 안해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조금은 나아졌다"라고 회상했다.
여러 지표에서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지만 이해창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앞두고 세웠던 목표와 비교하면 전부 못 미친다. 타격은 물론이고 포수로서의 역할도 마찬가지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해창은 "그러나 가장 아쉬운 건 팀 성적이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 될 것 같다"라고 씁쓸해했다.
11일 경기는 kt의 상징 '워터 페스티벌'이 열린 날이었다. 수훈선수로 선정된 이해창은 단상에 올라 팬들과 물총 싸움을 즐겼다. 그는 "올 시즌 단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팬들과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날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는 것만큼은 기분 좋다"라며 인터뷰 중 처음으로 웃었다.
이해창은 평소 SNS에 딸 이봄 양의 사진을 자주 올린다. kt 팬들에게 '봄이'는 이미 스타다. 지난 7월 열렸던 올스타전을 계기로 봄이는 야구팬들 사이 유명인사가 됐다. 아빠의 데뷔 첫 끝내기. 그러나 봄이는 그런 희소식을 뒤로 한 채 자고 있었다. 이해창은 "봄이가 아직 그런 걸 알 때가 아니다"라며 "아내와 가족들이 좋아했다. 언젠가 봄이가 이 순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미소지었다.
끝내기 안타는 언제나 짜릿하다. 데뷔 처음으로 그 맛을 보면 짜릿함은 몇 배 더 뛸 것이다. 그럼에도 이해창은 안방마님답게 죄스러움을 더 느꼈다. 그렇게 이해창은 포수로 성장하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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