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최근 몇 년간 달고 산 문제가 있다. 출루율이 높은 전형적인 리드오프감이 없다는 평가였다. 이명기(KIA)가 대안이 되는 듯 했으나 지난해 주춤하며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거포 군단이라고 해도 앞서 판을 깔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SK는 두 가지 옵션을 준비했다. 4월 초 KIA와의 4대4트레이드로 노수광(27)을 영입했다. 당시 SK가 원한 가장 핵심적인 선수였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리드오프로 성장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다. 그 사이 내부에서는 조용호(28)를 대안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SK 퓨처스팀(2군) 최고 타자였던 조용호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당시부터 “준비된 1군 전력”이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그런 두 선수는 현재 나란히 팀의 외야에 서 있다. 노수광은 트레이드 후 꾸준히 1군에서 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노수광의 타격이 좋지 않을 때도 대주자나 대수비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과 중반이 모두 꼬인 조용호 또한 역시 1군에서 빠지지 않는 전력이 됐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노수광은 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다면, 조용호는 최근 조금 부진한 차이다.
그러나 사실 두 선수의 스타일은 엇비슷하다. 스몰볼에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좌타자이면서, 중견수로 뛸 때 가치가 극대화된다. 코너 외야수로 뛴다면 사실 공격 생산력이 그리 좋은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동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두 선수가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에는 교통정리가 될 전망이다. 둘뿐만 아니라 김강민 정진기 등 다른 중견수 자원들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11일까지 시즌 타율은 노수광이 2할8푼1리, 조용호가 2할7푼이다. 조용호는 3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보이다 최근 들어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노수광은 완만한 오름세다. 도루는 노수광이 12개, 조용호가 11개인데 출전 시간을 고려하면 조용호가 오히려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장타력은 두 선수 모두 장기가 아닌 가운데 출루율은 조용호가 3할6푼5리, 노수광이 3할4푼7리로 오히려 조용호가 앞선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다만 하나의 기준은 명확히 했다. 바로 출루율이다. 힐만 감독은 “올 시즌 두 선수가 활약하는 타이밍이 엇박자가 났다. 조용호는 초반에 견고했으나 최근 자신감이 떨어졌고, 노수광은 최근 컨택이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두 선수 모두 출루율에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타로 승부를 보는 유형의 선수가 아닌 만큼 출루율에 가중치를 둬 평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기준은 앞으로도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변수는 수비다. 노수광 조용호 모두 베테랑 김강민의 수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수광과 같은 경우는 외야가 상대적으로 뿌연 인천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괜찮다는 게 선수의 이야기. 올해가 1군 첫 해인 조용호는 모든 구장이 낯설다.
노수광도 시즌 초반 수비, 특히 송구에서 몇 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최근에는 한결 나아지면서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 보인다는 게 다행. 조용호는 결국 수비가 큰 평가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수비에서 그리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 계속 나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두 선수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다면 베테랑 김강민의 존재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조용호(왼쪽)-노수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