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41)의 첫 은퇴 투어가 성공리에 열렸다. 마지막 타석 홈런으로 대전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한화전. 이승엽의 첫 원정 은퇴 투어가 홈팀 한화의 준비아래 뜻깊은 행사로 치러졌다. 한화는 선수단 손수 응원 메시지가 적힌 베이스, 이승엽의 등번호와 대전·청주 기록이 담긴 현판, 보문산 소나무 분재 등을 기념 선물로 전달했다.
이승엽은 "너무 영광이고 감격스럽다. 부담스런 느낌마저 있을 정도로 감사하다. 한화에서 마련해주신 소나무, 베이스, 현판 선물은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간직하겠다"며 "실제 은퇴 기념식에 거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짠해졌다. 대선배 송진우 선배로부터 직접 선물을 받아 영광"이라고 감사해했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승엽은 분전했다. 2회 1사 주자 없는 첫 타석에서 한화 장내 아나운서의 특별 선수 소개를 받으며 홈·원정팬들의 박수 속에 등장한 이승엽은 상대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1루에 출루했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진루도 못했다.
4회 2사 1루에선 비야누에바의 4구째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한화 2루수 정근우가 우측 외야로 수비 위치를 옮겼지만 이승엽의 타구가 이를 뚫었다. 우전 안타로 1·2루 찬스를 연결했고, 이원석이 좌중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첫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6회 1사 1루에선 비야누에바의 초구 직구를 받아쳤다. 모처럼 뜬 타구에 이글스파크가 순간 술렁였지만, 평범한 우익수 뜬공 아웃.
하지만 선두타자로 나온 9회초 마지막 타석에 다시 이승엽을 향한 박수소리가 나왔다. 이미 승부가 한화 쪽으로 기운 상황, 홈과 원정 팬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이승엽의 이름을 연호했다. 신인 우완 박상원을 맞아 이승엽은 4구째 145km 직구를 통타,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 대형 솔로포로 연결했다. 시즌 19호 홈런, 개인 통산 462호 홈런. 대전에선 29번째 홈런이었다.
9월 중순 이후 진짜 마지막 대전 경기가 남아있지만 공식 은퇴 투어 행사가 열린 이날 대전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굿바이 홈런을 쳤다. 그러나 전날부터 이승엽이 바란 은퇴 투어 경기 승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승엽은 "좋은 행사를 하더라도 팀이 이겨야 더 기분 좋을 것이다. 8~9위 경기지만 우린 이겨야 한다"고 승리에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승엽의 멀티출루 활약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웃지 못했다. 한화에 3-8 완패를 당한 것이다. 삼성 선발 우규민은 1회부터 4점을 내주는 등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삼성 타선도 한화 마운드에 막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한화에 8위 자리를 내주며 다시 반경기차 9위로 내려앉았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 첫 경기를 패한 삼성이 다음 경기에선 만회할 수 있을까. 이승엽의 다음 은퇴 투어 경기는 오는 18일 수원 kt전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