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실패한 코치'로 규정했다. 하지만 능력은 어디가지 않았다. 18년만의 태극마크가 이를 증명한다.
KBO는 오는 11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초대 대회에서 선동렬 감독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 코칭스태프를 10일 확정했다.
이번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투수 코치에 이강철 두산 베어스 코치, 외야 및 주루 코치에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내야 및 작전 코치에 유지현 LG 트윈스 코치, 투수 코치에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배터리 코치에 진갑용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 그리고 타격 코치로 김재현 SPOTV 해설위원 등 총 6명이 선임됐다. 현직 해설위원 셋에 코치 셋. 한결 어려진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도 정민철 위원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성공을 거둘 때마다 '귀신같은 불펜 운용'이 자리했다. 그만큼 투수 코치 자리가 중요한 상황. 선 감독은 이강철 코치를 메인, 정민철 코치를 불펜 쪽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불펜 야구'가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정 코치의 역할은 무겁다. 정 위원은 코칭스태프 명단 발표 직후 OSEN과 통화에서 "지난주쯤 선동렬 감독님께 직접 연락을 받았다. 선뜻 수락했는데, 통화가 끝난 후 괜히 옷깃을 한 번 여미게 됐다. (웃음) 수락 직후부터 책임감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정민철 코치가 태극마크를 단 건 한일 슈퍼게임 등 이벤트 매치를 제외하면 지난 199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정민철 위원은 1999년 시드니올림픽 예선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정작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에는 일본프로야구 진출 탓에 불참. 이후 18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정민철 위원은 "책임감이 훨씬 더 깊어진다"라며 "내 자신에게는 영광이지만 그런 마음은 접어둬야 한다. 사명감을 느끼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라고 설명했다.
정민철 코치는 2009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다. 이후 2013년까지 그는 줄곧 한화에서 코치로 재직했다. 1군 메인 투수코치와 불펜코치, 퓨처스팀 투수코치까지 역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정 코치는 2014년부터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어느덧 4년차 해설위원. 정 코치는 "냉정히 말해 현장에 있을 때 성과가 있던 코치는 아니다. 내가 이미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4년차 해설 경력에 대한 자부심은 숨기지 못했다. 정 코치는 "우리 회사는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와 퓨처스리그까지 중계하는 곳이다. 때문에 다양한 야구를 접한 건 분명하다. 해설 경력은 분명히 플러스가 될 것 같다"라고 자부했다.
이번 대회는 24세 이하(2017 대회 기준 1993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하의 선수로 제한되며, 제한 규정과 별도로 3명의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출전할 수 있다. 선수단은 물론 코치진도 한결 젊어졌다. 정 위원은 "현직에 계신 코치분들과 머리를 맞대 서로의 장점만 융합시켜야겠다. 해설위원과 현역 코치의 조합이다. 장점만 살려서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는 게 목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제 지시하는 시대는 지났다. 머리를 맞대 함께 고민하는 게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다. 가교 역할을 하고싶다"라고 밝혔다.
선동렬 감독은 대표팀 코치 시절 '작두 탄 투수교체'로 명성을 날렸다. 정 코치는 이 역할을 이어받아야 하는 상황. 그는 "현장에 있을 때도 선 감독님 투수 운용을 많이 참고했다. 이 분야의 대가시다.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으시는 분이다. 불펜에서 선 감독님과 이강철 코치님의 의중을 미리 캐치하고 있어야 한다. 경기 중반 빨리 움직여야 한다. 선수단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코칭스태프의 막내로서 역할도 겸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이 느껴졌다.
올 시즌 박세웅(롯데)과 임기영(KIA), 최원태(넥센) 등 젊은 투수들이 유달리 득세하는 상황이다. 정 코치는 "이제 홀몸이 아닌 느낌이다. 남은 시즌 중계하면서도 젊은 투수들에 유달리 눈이 갈 것 같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