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U(Up tayul is up, 올라갈 타율은 올라간다) 법칙. 김재박 전 감독의 'UTU(Up team is up,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는 말에서 파생된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올 시즌 김주찬(KIA)과 박건우(두산)의 활약을 보면 마냥 농담같지는 않다.
시계를 4월 21일로 돌려보자. 당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64명. 그 아래에는 다소 낯선 이름들이 포진했다. 59위는 김주찬(.182), 그 바로 아래 60위는 박건우(.180)이었다. 지난 시즌 나란히 개인 최다 타율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모습과 딴판이었다. 김주찬은 지난해 130경기서 타율 3할4푼6리(511타수 177안타),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역시 커리어하이.
이는 박건우도 마찬가지였다. 박건우는 지난해 132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5리(484타수 162안타), 20홈런, 83타점을 기록했다. '미완의 대기' 박건우가 잠실을 홈으로 쓰는 외야수로 20홈런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때문에 둘을 향한 시선은 따가웠고 비판은 사령탑으로까지 향했다. 그러나 김기태 KIA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의 뚝심은 우직했다.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의 부진 원인을 '멘탈'에서 찾았다. 지난해 고작 풀타임 첫 시즌을 보냈을 뿐이니, 부담을 갖지 말라는 주문을 쉼없이 보냈다. 김기태 감독 역시 "(김)주찬이는 결국 타율이 올라올 선수다"라며 그의 반등을 의심치 않았다.
먼저 칼을 꺼내든 건 김태형 감독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가 3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자 4월 22일, 1군에서 말소했다. 당시 성적은 18경기 출장 타율 1할8푼(55타수 9안타), 무홈런, 1타점. 그럼에도 말소 기간은 길지 않았다. 박건우는 콜업 가능 시점인 열흘을 채운 직후 다시 1군에 올라왔다.
김주찬의 말소는 조금 더 늦었다. 김주찬은 5월 19일 광주 두산전까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그때까지 김주찬은 39경기서 타율 1할7푼(141타수 24안타), 2홈런, 13타점, 17득점을 기록했다. 그 시점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 타율이 가장 낮았다. 김주찬을 제외한 54명의 타자 모두 적어도 타율 2할은 넘겼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 매일같이 특타 훈련을 실시했던 김주찬은 왼 손목이 부어올랐고 5월 20일, 1군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1군 콜업 이후 미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박건우는 콜업 첫날인 5월2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출장, 5타수 3안타를 때려냈다. 앞선 18경기서 9안타에 그쳤던 박건우가 한 경기에서만 3안타를 몰아친 것이다. 이때부터 박건우의 반등은 시작됐다. 박건우는 5월 23경기서 타율 3할4푼1리를 기록하며 기지개를 켰다. 5월을 마쳤을 때 박건우의 타율은 2할8푼4리. 한 달의 맹타로 타율을 1할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김태형 감독은 "매년 이렇게 슬로 스타트면 곤란하다"라면서도 "(박)건우가 살아나니 팀 타선도 반등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주찬도 마찬가지. 남은 5월 회복에 전념한 김주찬은 6월 8일 1군 콜업됐다. 이때부터 미친 타격감이 시작됐다. 9일 광주 넥센전까지 김주찬은 44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2푼3리(169타수 71안타), 6홈런, 37타점, 41득점을 기록했다. 김기태 감독은 7월 한때 "(김)주찬이가 완전히 살아났다"라며 "올 시즌을 2할7푼~8푼 선에서 마쳐도 성공일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런 김 감독의 바람을 무색케하며, 시즌 타율을 결국 3할대로 맞췄다. 김기태 감독은 "대단하다. 말이 필요없는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김 감독은 "남은 경기 다치지 않고 지금 타율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기대를 보냈다.
김주찬이 1군 콜업된 6월 8일. 이때부터 현재까지 타격 순위를 살펴보면 1위가 김주찬(.420), 2위가 박건우(.413)다. 같은 기간 타율 4할1푼을 넘는 선수는 이 두 명이 전부다. 바꿔 말해, 두 달째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김주찬과 박건우가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한두 경기 잘한 것도 아니기에 표본도 넉넉하다. 콜업이 한 달 늦었던 김주찬은 시즌 타율 3할6리에 그치고 있지만 박건우는 타율 3할5푼7리로 리그 6위에 올라있다. 지금의 감을 유지한다면 김주찬도 조만간 박건우의 위치를 추격할 전망이다.
'올라갈 타율은 올라간다'. 혹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올 시즌 김주찬과 박건우에게 꼭 들어맞는 법칙과 같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