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합류 유력’ 이종범, 이정후 생애 첫 지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11 05: 54

“기술적으로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다. 원래 그런 말씀을 잘 하시지 않는다”
지난해 넥센의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 합류한 이정후(19)는 아버지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대한 질문에 특별한 조언이 없었다고 다소 싱겁게(?) 말했다.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민 아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산이었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름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운을 떼면서도 “선배들을 잘 따르라는 말씀 정도밖에 없으셨다”고 말했다. 생활적인 면을 더 강조한 것이다.
이종범이라는 이름은 KBO 리그의 전설이다.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정후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종범 위원은 아들의 야구에 크게 간섭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감독이나 코치들이 있는데 먼저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 했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넥센 코치진을 존중하기에 아들에게 기술적인 측면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정이 조금 바뀔 가능성도 보인다. 이 위원은 10일 발표된 대표팀 코칭스태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야와 주루를 담당,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는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면 모두 만 24세 이하 선수들에게만 출전 자격이 있다. 이정후는 당연히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신인왕을 예약한 이정후다. 107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3할4푼1리, 13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52를 기록 중이다. 넥센의 당당한 주전으로 거듭났음은 물론 신인 최고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기세다. 이미 고졸신인 최다 안타 기록은 경신했다. 이제 서용빈이 가지고 있는 신인 최다 안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정후의 선발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대표팀의 중추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로는 기술적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코치와 선수는 또 다르다. 물론 김재현 타격코치, 유지현 작전코치가 있어 서로의 업무 분담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정후가 외야수로 뛰고 있다는 점에서 외야와 주루를 담당하는 이종범 코치와의 접점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어쩌면 공식적으로 아들을 지도하는 첫 경우가 될 수 있다.
훈련과 대회 기간을 합쳐도 소집 일수가 그렇게 많은 대회는 아니다. 지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원포인트 레슨’ 정도가 유력하다. 하지만 이종범 코치와 이정후가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나선다는 것 자체로도 큰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이정후가 아버지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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