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1년차' 이정후가 출루율에 신경쓰는 이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10 06: 10

"출루율과 득점에는 신경 써요".
이정후(넥센)는 평소 '기록 욕심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안타나 타점, 타율 등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 더 좋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다. 이정후는 득점 2위(83득점), 최다안타 5위(133안타)에 올라있다. 현실적으로 최다 안타 타이틀은 멀어보이지만 득점 선두 로저 버나디나(KIA, 92득점)가 멀찌감치 달아난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시즌 말미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정후는 조심스럽게 개인 기록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타이틀 욕심 얘기는 아니다. 다만 "출루율과 안타, 득점만큼은 꾸준히 좋은 기록을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정후가 말한 출루율과 득점은 팀 득점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는 타자들에게 흔히 타율을 강조한다. 최근 조금씩 출루율이나 OPS(출루율+장타율)의 중요도가 언급되고 있고, 그 이야기가 1년차 이정후 입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장정석 넥센 감독이 대신 해소해줬다. 장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주문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각 파트별 코치들이 해야할 몫이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정후에게 딱 한 차례 주문한 적이 있다. 바로 출루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1번과 7번, 9번 타순을 오갔다. 그러나 6월 2일 고척 두산전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이후 줄곧 선발 리드오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장 감독이 이정후에게 출루율을 주문했다. 장 감독은 "리드오프의 덕목으로 출루율과 상대 투구수 늘리기를 강조했다. 정후가 출루율을 끌어올릴 만큼의 선구안을 지닌 선수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장정석 감독의 기대를 십분 부응했다. 이정후는 1번으로 고정된 6월 2일 경기부터 53경기서 출루율 4할3푼8리를 기록 중이다. 종전 52경기서 출루율은 3할8푼3리였다. 5푼 가까이 끌어올린 것이다. 같은 기간 리그 출루율은 리그 9위. 타석당 투구수도 4.06개로 리그 평균을 웃돈다.
오히려 장 감독이 "아웃을 당해도 되니 역으로 한 번쯤은 초구를 쳐달라"고 주문할 정도. 원체 초구를 안 쳐 상대 투수가 마음 놓고 던지는 상황. 장 감독이 바란 건 '교란효과'였다.
장정석 감독은 "정후가 상대 투구수를 늘리고 살아나가주는 덕에 2~3번 타자들도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후가 리드오프로 고정된 이후 2번을 주로 맡은 서건창은 타율 3할2푼6리, 3번을 맡은 채태인은 3할1푼2리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오히려 후속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득점 기록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낸 이정후는 "뒷 타순에 들어오는 선배들을 잘 만난 덕에 지금의 득점 기록을 올릴 수 있었다"라며 "나는 운이 좋은 선수다. 선배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밝게 웃었다.
데뷔 첫 해 이미 리그를 씹어먹는 이정후는 그렇게 더 성장 중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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