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0분이 걸렸다. 규정집의 애매한 문구 탓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10분 동안 혼란을 겪었다.
KIA와 넥센의 팀간 14차전이 열린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KIA가 5-0으로 앞선 3회 무사 1·2루 공격, 8번타자 김민식의 번트타구가 포수 정면에서 바운드됐다. 포수 박동원이 이를 잡아 곧장 3루로 뿌렸고 2루주자 나지완보다 송구가 빨랐다. 나지완은 포스 아웃. 그러나 이계성 구심은 하영민의 공이 김민식의 방망이에 두 번 맞았다는 이유로 파울 선언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이 곧장 이를 어필했다. 결국 약 4분에 걸친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이 아니다'라며 원심이 번복됐다. 판독 결과에 따라 2루주자 나지완이 3루에서 아웃됐고 1루주자 이범호가 2루로, 타자주자 김민식이 1루로 이동 지시를 받았다.
그러자 김기태 KIA 감독이 즉각 어필했다. 방망이에 두 번 맞은 지 여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김 감독의 항의 근거는 2017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 3항이었다. 3항6번은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김기태 감독은 이 점과 다른 상황이 아니냐고 어필한 것. 김기태 감독이 약 5분 가량 항의했으나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2루주자 나지완이 아웃된 채 1사 1·2루 공격이 진행됐다.
KIA가 그 상황에서 한 점을 더 뽑아냈고, 경기도 10-1로 승리했지만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나광남 대기심은 경기 후 OSEN과 만나 "3항6번에 해당하는 경우다. 하지만 괄호 안에 들어가는 단서 조항이 문제가 됐다. 타자의 파울/헛스윙 여부가 맞지 않나. 괄호의 단서 조항처럼 몸에 맞는 경우도 포함하지만, 이처럼 방망이에 두 번 맞는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로 비디오 판독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광남 심판은 "규정집이 헷갈리게 된 것 같다. 때문에 김기태 감독님이나 중계진도 '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O 측도 "포괄적으로 이해해 적용하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비시즌 심판진과 관계자들이 모여 합의한 내용이고 심판진은 이에 따라 판정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석이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비디오판독 적용 여부를 놓고 혼란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날 중계를 맡은 SBS스포츠 중계진이 "이런 게 있으면 좀 미리 알려달라"고 중계 중에 토로할 정도였다. '포괄적인 상황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결국 규정집의 정확하지 못한 문구 때문이다.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이 문구만 놓고 보면 또 하나 생각나는 사례가 있다. 4월 29일 잠실 두산-롯데전의 이대호. 타구가 파울이라고 판단한 이대호는 주루를 하지 않았으나 포수 양의지가 이를 잡아 태그했다. 심판은 곧장 아웃 처리. 이대호가 격분했고 결국 퇴장당하는 일이 나왔다. 이때 조원우 롯데 감독이 나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광남 심판은 이에 대해 "그 부분과 이날 상황은 다르다. 그건 배터 박스를 벗어난 내야의 파울/페어 여부였다. 이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디오 판독 대상은 외야 타구의 파울/페어 여부와 배터 박스 안에서의 경우만 따진다는 것. 하지만 3항6번을 보면 그냥 '타자의 파울/헛스윙'이라고 되어있다. 이 부분에 대한 애매한 표현이다.
KBO 측은 OSEN과 통화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시즌 끝나고 여론을 수렴해 수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약 10분에 걸친 오해 과정에서 팬들이 전해 들은 이야기는 '넥센 측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진행 중입니다'와 '판독 결과 오심으로 판정되었습니다'가 전부였다. 김진욱 kt 감독이 늘 주장하는 것처럼 전광판에 판독 화면을 띄운다거나, 판독 후 장내 아나운서의 한마디 설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애매한 문구 한 줄과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의 공유가 부족해 감독과 중계진은 물론 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순간이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