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원(28·SK)은 올 시즌 SK 선발진의 발견으로 손꼽힌다. 선발로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투수다.
표면적인 기록이야 그렇게 빛나지 않을지 모른다. 시즌 초반 고전한 것 때문에 전체적인 성적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21경기에서 4승8패 평균자책점 4.94를 기록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공헌도는 꽤 높다. 116⅔을 던진 문승원은 21경기 중 13번이나 6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퀄리티스타트가 9번임을 고려하면 4승은 다소 적은 수치일 수도 있다. 투구수 100개를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와 다양한 구종도 과시했다.
후반기를 전후해 페이스가 썩 좋지 않았지만 위기를 이겨내고 최근 2경기에서는 호투했다. 2일 넥센전에서는 6이닝 3실점(2자책점), 8일 NC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의 빼어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두 팀 타선이 리그 평균 이상임을 고려하면 문승원의 반등은 인상적이다. 적어도 위기에서 와르륵 무너지지 않고, 성장을 향한 발판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승원도 마음을 비웠다.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문승원은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좀 더 낫지 않나”고 웃어 보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돌면서 여러 가지를 느낀 듯 했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상대 타자들”이라는 데이브 존 투수코치의 말대로 문승원 또한 올해 자신의 성과를 담담하게 정리하며 내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발전한 부분은 많았다. 주자가 있을 때의 위기관리능력은 시즌 초보다 나아졌다. 경기운영능력도 좋아졌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아직은 기복이 있지만, 이는 첫 풀타임 선발을 도는 선수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이다. 포크볼의 발견도 수확이다. 문승원의 포크볼 그립은 다른 선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좀 더 직구 그립에 가까운데, 직구처럼 가다 떨어지는 공이 효과를 보고 있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문승원은 최근 들어 포크볼 구사 비율을 높이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140㎞ 중반대에 이르는 빠른 공과 체력, 슬라이더·포크볼·커브의 조합까지 이상적인 비율을 이룬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진다. 문승원은 올해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낼 잠재력이 있음을 완벽하게 보여준 셈이다. SK는 문승원이 김광현과 두 외국인 투수를 받칠 4선발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당연히 내년 선발 구상에도 포함되어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을 내일을 꿈꾸는 문승원이 유종의 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