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대전에서 자리를 잡고 싶어요."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특별한 날. 정경운(24·한화)이 잊지 못할 생일을 보냈다.
올 시즌 정경운은 행복한 일이 겹치고 있다. 지난 2016년 육성 선수로 입단한 그는 지난 7월 7일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이후 엔트리 말소없이 꾸준히 1군에서 활약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정경운은 유격수 겸 9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은 정경운에게 좀 더 특별했다. 1993년 8월 9일 생인 그의 24번째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경운이 타석에 들어서자 한화 팬들은 응원가 대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축하를 해줬다. 그러나 타석에서의 정경운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2회 첫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그는 이후 중견수 뜬공과 삼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안타는 물론 출루에도 실패했다.
9회 돌아온 마지막 타석. 정경운은 대형 안타로 자신의 생일을 빛냈다. 무엇보다 팀의 승리를 안기는 쐐기타였던 만큼, 그 의미는 더했다. 7-6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던 한화는 9회초 타선이 살아나면서 10-6으로 점수를 벌렸다. 계속된 1사 주자 1,2루의 상황. 정경운은 두산 전용훈의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정경운은 거침없이 1루를 지나 2루를 향했고, 곧바로 3루로 방향을 잡았다. 데뷔 첫 3루타. 이어 두산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홈을 노렸지만 아웃이 돼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정경운의 2타점 3루타는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고, 한화는 12-6으로 이날 경기를 잡고 2연패에 탈출했다.
경기를 마친 뒤 정경운은 "이전 타석에서 못 쳐서, 마지막 타석에서 꼭 치고 싶었다"라며 "9회 앞의 타자들이 안타를 쳤던 만큼 그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수많은 팬들이 그라운드에 서 있는 자신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소감에 대해 묻자 정경운은 "정말 처음 받아본 것"이라며 "너무 기분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팬들과 동료들의 축하. 그러나 정경운이 무엇보다 힘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가족 덕분이었다. 2년 전인 대학교 4학년 결혼한 그는 아이도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정경운의 아내는 생일에 원정 경기를 떠난 남편을 위해 직접 미역국을 만들어 전날(8일) 숙소로 찾아와 생일을 축하해줬다. 또한 쿠키를 아이의 사진 장식으로 예쁘게 포장해 선수단에 돌리며, 정경운의 기를 살려줬다.
정경운은 “아내에게 많이 고맙다. 더 열심히 해서 꼭 자리 잡아서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정경운의 아내가 돌린 생일 쿠키(아래·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