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구'의 시대 역행과 역설적인 상승세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10 06: 10

롯데 자이언츠가 현 시점 펼치는 야구는 분명 시류에는 역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대 역행의 야구가 롯데의 상승세를 이끄는 원천이 되고 있다.
KBO리그는 타고투저의 시대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기승을 부렸던 타고투저 기미가 잠잠해지는 듯 했으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다시 타자들이 득세하는 시기가 됐다.
어느덧 리그 타율은 2할8푼6리까지 치솟았고 리그 평균자책점은 4.97, 5점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2할9푼의 타율과 5.17의 평균자책점에 준하는 성적을 향해 가고 있다. 2연전 체제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지표들은 더욱 타고투저를 향해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타고투저의 시기와 맞물리면서 ‘치는 야구’가 득세를 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리그의 헤게모니를 쥐었던 ‘발야구’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9일까지 치러진 KBO리그 521경기에서 총 597개의 도루가 나왔다. 경기 당 평균 1.15개의 도루 수치다. 지난해 평균 1.47개(720경기 1058도루), 2015년 평균 1.67개(720경기 1202도루)에 비해서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도루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현대 야구의 흐름과 타고투저 시대가 맞물리며 도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누상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최근 이대형(kt)과 한동민(SK) 등 주력 선수들이 도루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하며 도루 회의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현재 타고투저와 도루 지양의 시대를 역행하는 팀이 있는데 대표주자가 롯데다. ‘청개구리’ 구단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되려 현재 KBO리그의 트렌드를 비웃는 듯 시대를 역행하며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타력보단 투수력, 그리고 치는 야구보다는 뛰는 야구로 가을야구 5강 경쟁에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롯데는 투수진 전체가 지쳐가는 여름, 오히려 힘을 내기 시작했다. 7월 이후 롯데는 유일하게 팀 평균자책점 3점대(3.89)를 유지하는 팀이다. 선발 로테이션 5명이 구축됐다. 상위 선발들은 상대를 압도하는 호투로, 그리고 하위 선발진은 경기 중후반 승부를 펼칠 수 있을 정도로 막아내고 있다.
선발진과 함께 불펜진 역시 뒷문을 단단하게 틀어막으며 접전의 승부들을 연신 역전승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마무리 손승락을 필두로 배장호, 조정훈, 박진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필승조 라인이 경기 후반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도루의 경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롯데의 타선은 현재 기대와는 달리 저조한 편이다. 팀 타율 2할8푼2리로 리그 7위 수준이다. 팀 장타율(0.424), 팀 OPS(0.781) 역시 리그 7위에 해당한다.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강민호, 최준석 등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선 초라한 성적이다. 특히 110개의 병살타는 타선의 맥을 뚝뚝 끊어버리며 짜임새를 떨어뜨리고 있다.
많은 병살타와 생각 외로 저조한 장타력을 발야구로 풀기 시작했다. 전반기 6월까지만 하더라도 롯데는 44도루(27실패)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7월 이후 2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7월 이후 도루 1위에 해당한다.
6월까지 61.9%의 도루 성공률에 불과했다. 70% 이하의 도루 성공률일 경우 득점 기대치와 공격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기에 6월까지 롯데의 발야구는 그리 효율적인 공격 루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7월 이후 2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8개의 실패만 기록했다. 75%의 높은 도루 성공률을 기록하며 공격을 극대화했다.
지난 8~9일 사직 kt 2연전에서 롯데의 도루 작전은 공격을 풀어내는 결정적인 키 역할을 했다. 2경기 동안 무려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점수로 연결시켰다. 9일 경기에서는 ‘빅보이’ 이대호까지 뛰는 야구에 동참해 점수를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의 시대 역행이 우선 현 시점까지는 긍정적이다. 최근 5연승을 달리며 단독 6위로 올라섰고, 4위 LG와의 승차는 2.5경기 차이까지 줄어들었다. 가을야구는 분명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투수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끊임없이 누상을 누비는 야구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모두 체력이다. 체력전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할 경우, 롯데가 가진 창끝은 자신들을 겨눌 수밖에 없다.
실제로 kt 2연전을 모두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 막판 필승조 조정훈과 배장호, 박진형이 모두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고, 깔끔하게 이닝을 틀어막지 못했다. 도루 역시 시도가 많아질수록 체력은 분명 떨어지게 돼 있다. 슬라이딩이나 도루 스타트 과정에서의 부상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과연 시류를 거스르는 롯데 야구의 반란은 어디까지일까. 과연 그 끝에서 롯데는 웃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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