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스릴러, 사극 등의 장르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아왔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화려한 볼거리로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판타지적 상상력은 로맨스 드라마와의 색다른 변주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맨홀’은 보잘 것 없는 스펙을 가진 한 남자가 결혼을 앞둔 짝사랑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과거의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공원에서 사랑을 고백하려던 현재의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자리를 피했고, 우연찮게 그곳에 있던 맨홀에 빠져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맨홀’이 계보를 이어 또 한 편의 독창적인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성인이 된 현재에서 호기심 많던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김재중. 그가 단순히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아닌 사랑과 꿈을 찾는, 지금껏 본 적 없던 새로운 방식의 타임슬립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극본 이재곤, 연출 박만영·이하 맨홀)에서는 공시생 봉필(김재중 분)과 결혼을 일주일 앞둔 사진작가 강수진(유이 분)의 엇갈린 사랑이 그려졌다.
봉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닌 수진을 짝사랑했지만 단 한 번도 고백해본 적이 없는 숙맥이다.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그녀 역시 속으로는 봉필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친구라는 이유로 혹은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사귄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약사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게 됐다.
어렵사리 수진을 만난 봉필은 고민 끝에 고백을 하려고 용기를 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 결국 뒷걸음쳤고, 후미진 곳에 있던 맨홀에 빠져 10년 전인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수진의 마음을 사로잡아 현재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될지 그 과정이 드라마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타임 슬립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극복하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김재중, 유이의 연기력이 관건이다. 두 사람이 한 드라마에서 만났다는 캐스팅이 작품의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는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맨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