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던 박석민(32·NC)이 부담을 털어내는 시원한 홈런 한 방을 날렸다. KBO 역사에도 이름을 새겨 넣은 가운데 팀 승리에도 힘을 보탰다.
박석민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7번 3루수로 출전, 5-2로 앞선 6회 임준혁을 상대로 우중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시즌 10번째 홈런을 만들었다. KBO 역대 11번째 1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박석민은 2008년 14홈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내리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KBO 역사상 박석민에 앞서 1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10명 뿐이었다. 장종훈과 양준혁이 15년 연속 이 기록을 세웠고, 현역 선수로는 이승엽 김태균 최정 최형우와 함께 박석민만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기록이다.
박석민으로서도 갈증을 풀어내는 홈런이었다. 올 시즌 타격감이 좋지 않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박석민은 7월 9일 두산전 홈런이 마지막이었다. 한 달이나 홈런이 나오지 않아 “아홉수에 걸렸다”는 말도 나왔는데 이날 홈런을 때리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2할4푼8리에 머물고 있었던 박석민이었다. NC 이적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3할7리, 36홈런, 104타점의 대활약을 펼쳤음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큰 낙폭의 추락이었다. 5월까지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던 박석민은 6월 3할6푼4리, 7월 3할2푼6리를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8월 6경기에서는 다시 타율 8푼3리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날 방망이 감은 괜찮았다. 홈런 포함 4안타를 기록했다. 4안타는 시즌 초반인 4월 30일 광주 KIA전에서 기록한 뒤 처음이다. 2회 첫 타석에서 우중간 2루타를 기록하며 시동을 건 박석민은 4회에도 좌전안타를 때렸고 6회 홈런으로 정점에 올랐다. 8회에는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타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전체적으로 방망이가 가볍게 돌았다. 박석민이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임은 분명해 보였다. 박석민도 경기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욕심을 내지 않고 가볍게 돌린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아홉수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좋은 타구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게 신경 쓰였다.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2위 NC는 3위 두산의 맹추격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진짜 승부를 앞두고 있다. 박석민이 반드시 힘을 보태야 한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확정적인 NC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였던 박석민도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서서히 감을 살리며 결정적인 순간 팀의 구세주로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