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커피 한 잔③] 박민영 "캔디에 국한된 작품 제안..연기 갈증 컸다"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8.10 06: 59

(Oh! 커피 한 잔②과 이어집니다.)
"저는 캔디가 아닌데, 자꾸 캔디에 국한된 연기를 하게 되니까요." 박민영이 연기에 대한 갈증에 시달렸던 과거에 대해 털어놨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성균관 스캔들', '개과천선', '힐링', '리멤버'까지 늘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는 듯 보였던 배우 중 한 명이었던 만큼 의외의 고백이었다.
"'7일의 왕비' 하기 전에 연기적인 갈등이 컸어요. 저는 캔디가 아닌데, 자꾸 캔디에 국한된 작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속으로 계속 '이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해보고 싶은데'라고 외쳤어요. 기회를 갈구했죠. 근데 들어오는 작품은 '나는 안 울어'하는 캔디면서 직업만 다른 게 자꾸 들어왔어요. 그런 소모적인 캐릭터말고  깊이 있고 모든 걸 바쳐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근데 이번에 좀 풀렸어요. 치열하게 했고 감정의 바닥 끝을 찍고 온 것 같아요. 20대에는 할 수 없었던, 30대에만 공감할 수 있는 여자로서의 고민과 갈등이 녹아있는 연기였거든요. 20대에 '이혼하고 싶습니다' 이런 연기를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멀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그때 느꼈던 것보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치열하게 해보고 나니까 더 해보고 싶고 다른 쪽으로도 풀고 싶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러한 박민영의 고백이 더욱 의외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는 2006년 데뷔 이후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시청자들과 만났기 때문. 또래 여배우들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열일'이었다.
"제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몰랐어요. 한 해에 한 작품하면 그렇게 많이 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근데 또래 배우들이 너무 많이 없어져서 아쉽기도 하고. 제가 라이징일 때는 (또래가) 많았거든요.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제 나이 또래가 많이 없어서 유난히 제 필모가 많아보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일찍 데뷔한 편도 아닌데, 갑자기 좀 쓸쓸해지네요(웃음). 제가 남아서 잘 해보려고 해요. 이번에 느낀 게 시청률이 잘 나오거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지고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도는 크거든요. 연기에 대한 간절함이 가장 클 때 연기의 진정성도 거기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그런 작품이라 지금 되게 행복하고 이 기운을 다음 작품까지 가져가고 싶어요.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행복한 기운을 갖고 또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더 좋은 필모를 쌓고 30대의 인생작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좀처럼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덕에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선보였던 박민영. 하지만 '케미 요정'이라는 애칭과 달리, 정식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적은 없다는 점이 새삼 놀라움을 자아냈다.
"로코 한번도 안 해봤는데, 장르물 안에서 로맨스가 부각이 됐었어요. 그래서 로코를 했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해본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기도 하고. 코미디도 괜찮아요. 제 나름대로 안에 흥 같은 것들이 있고 개그 욕심이 있거든요. 아직 잘 모르시니까, 이젠 풀어도 되지 않나. 32살인데 이걸 풀어도 시집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릴 땐 너무 망가지면 좀 그랬는데 이젠 시대가(웃음)."
박민영은 로맨틱 코미디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앞서 밝혔던 안방극장에서는 일년에 한 작품씩 꼬박꼬박 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스크린에서는 2011년 개봉한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었다.
"사실 영화를 항상 하고 싶었어요. 조금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 영화계가 비정상적으로  남자 배우 여자 배우의 기회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거예요. 그런 게 저는 조금 불공평하다고 느꼈어요. '이건 너무 치우친 거 아닌가' 했는데 시장 원리가 그렇게 돌아가고 이해하는 단계가 오다 보니까, 저에 대한 요구가 많은 드라마 시장에서 좀 더 몰입을 한 거죠. 근데 지금은 그래도 영화를 하고 싶으니까 좀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얘기는 해놓은 상태에요. 이제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요. 그런데도 아무래도 드라마 쪽에서 대우가 좋으니까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저의 마음은 항상 오픈되어 있어요. 좋은 작품 있으면 언제든지 출연할 거고 어렸을 때 기회가 있어도 드라마랑 겹쳐서 못했거든요. 지금 보면 욕심이 나요."
21살의 나이에 데뷔, 어느덧 11년이 흘러 32살이 된 박민영이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털털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입담을 뽐낸 그는 미래 계획 역시 꾸밈없이 담백했다.
"나이에 대해 고민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좀 더 성숙해져가는 중으로, 만족하는 단계에요. 전보다 지금이 좋아요. 아는 게 맣아지고 보이는 게 많아지고. 몇 년 뒤는 모르죠. 장담할 수 없는 게 저도 흰 머리 나고 하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여배우들이 화면 볼 때 주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한 번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생각이에요. 저는 평생 연기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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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화창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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