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로 추락한 한화가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는 기록이 있다. 바로 희생번트다.
한화는 지난 8일까지 시즌 102경기에서 리그 최다 63개의 희생번트를 기록 중이다. 2위 롯데(57개)보다 6개 많고, 최소 넥센(14개)보단 4.5배 많다. 실패로 돌아간 번트 시도 횟수를 포함하면 LG(93개)에 이어 2위이지만, 한화의 번트 의존도가 높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김성근 전 감독이 이끌었던 시즌 첫 43경기에서 28개로 평균 0.65개였던 한화의 희생번트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 56경기에서 35개로 평균 0.63개를 기록 중이다. 기록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대는 팀이란 건 그대로다.
그러나 번트 효용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화는 63번의 희생번트 이후 득점 확률이 55.6%로 리그 평균 56.9%에 못 미친다. 리그 전체로 봐도 번트 이후 3득점 이상 빅이닝은 56번으로 13.2%밖에 되지 않는다. 타고투저 시대에 번트 효용성은 낮다.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도 한화의 번트는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1회 1번 이용규가 우측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2번 정근우가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연결했다. 송광민의 유격수 땅볼로 이용규가 홈을 밟아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상대로 선취점을 냈다.
그러나 두산이 곧 이어진 1회 공격에서 김재환의 투런 홈런으로 역전하며 선취점 의미가 사라졌다. 1-3으로 뒤진 3회도 선두 최재훈이 볼넷으로 나가자 지난주 맹타를 휘두른 오선진이 희생번트를 댔다. 1사 2루가 됐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3회 수비에서 6실점한 한화는 결국 두산에 1-8 완패를 당해야 했다.
희생번트의 목적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에이스가 나온 날 경기 초반 선취점이 필요할 때, 중후반 접전 승부에서 1점이 꼭 필요할 때 그리고 병살타 방지의 목적이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번트가 필요한 때가 있지만, 한화의 번트는 기계적인 느낌이 다분하다. 1~3회 희생번트가 28개로 리그 최다 팀이다.
그러나 투수력이 약한 한화에는 선취점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선취점시 승률이 5할1푼7리로 리그 두 번째 낮다. 병살 방지의 목적이 있지만 올해 한화의 병살은 88개로 리그 5위로 평균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한화는 투수력이 약하다. 1~2점으로 이길 수 없는 팀이다. 빅이닝을 만들기 어려운 번트 작전이 과연 지금의 한화에 어울리는 작전일까. /waw@osen.co.kr
[사진]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