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자신감, 'KBO판 머니볼' 시선집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09 06: 10

“넥센이기에 할 수 있는 트레이드다”
올 시즌 넥센은 KBO 리그를 여러 차례 놀라게 했다. 올 시즌에만 네 차례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특히 마지막에 이뤄진 kt·KIA와의 트레이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팀의 주축 선수(윤석민 김세현)를 내주고 신인급 투수들을 대거 얻어서다. 때문에 “현금이 끼어 있다”는 의혹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여론의 싸늘한 시선과는 달리, 구단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현금이 낄 만한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넥센은 곧 FA 자격을 얻을 윤석민 김세현을 잡지 않겠다는 뜻을 이번 트레이드로 내비쳤다. 그렇다면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지명해야 하는데, 넥센은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 KIA가 이승호를 보상선수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넥센 측도 현금에 대한 이야기에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정말 현금이 필요했다면 윤석민과 김세현을 그냥 붙잡고 있었으면 된다. FA를 취득하기 전 연봉을 많이 올려주고, 보상금으로 두 배를 받으면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넥센이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것이다. 또한 1위 KIA와 최하위 kt만 트레이드 파트너로 삼았다.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중위권 팀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분위기다.
유망주를 잘 키우기로 소문난 넥센이다. 다른 구단들도 받은 선수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아직 어려 실적은 없지만 잠재력이 있는 좌완을 쓸어 담았다. 지방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장석 대표는 유망주를 보는 눈이 있다. 많은 관심을 갖는다. 여기에 고형욱 단장도 스카우트 재직 경험이 있다. 당시 눈여겨봤던 선수들을 데려온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넥센도 이에 대해서는 크게 부정하지 않는다.
넥센 관계자는 “아마추어 시절 눈여겨봤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간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선수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한다”면서 “우리는 외부 FA를 살 자금력이 부족하다. 스카우트와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또 향후 3~4년 정도의 아마추어 시장을 봤을 때 좌완 투수가 부족하다는 것에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마추어 시장의 향후 전망까지 보고 치밀하게 움직였던 넥센이었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서울 팜’을 가지고 있기에 유망주 수급이 다소 편하다는 점은 구단도 인정한다. 여기에 구단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예상보다 일찍 자리를 잡은 어린 선수들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젊은 선수들을 키워 2~3년 내에 다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넥센 내부에서는 분명한 그림이 있다.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면서 구단 연봉 구조도 여유가 생겼다. 구단 관계자들은 “페이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한 트레이드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지만, 한정된 선수단 예산으로 팀을 꾸려야 하는 넥센으로서는 메이저리그(MLB)식 스몰 마켓의 전형을 따랐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에 가 있는 박병호와 강정호의 복귀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 시각이다. 두 선수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MLB에 갔다. 돌아올 때는 무조건 넥센으로 와야 하고, 4년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지금 타선에 박병호 강정호까지 돌아오면 막강한 화력이 생긴다. 이와 보조를 맞출 마운드 전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대권 도전이다. 넥센은 두 선수의 복귀야 선수들 의사에 달린 것이라고 말을 아끼지만, 이런 그림도 충분히 생각할 만하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미래를 위해 성적을 포기했다”는 반론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넥센 관계자들은 펄쩍 뛴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팀과 사정이 다르다. 다른 팀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모그룹에서 지원금이 내려온다. 하지만 우리는 성적이 떨어지면 즉시 광고수익이 급감한다. 우리보다 성적에 절박한 팀은 없다. 최근 장부상 흑자야 포스팅 금액이 들어오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다. 성적을 포기하는 것은 구단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항변한다.
오히려 윤석민 김세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면 아무리 유망주들이 탐나도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넥센의 이야기다. 타선은 장영석이 맹활약하며 그 구상에 힘을 보태고 있고, 마운드는 조상우의 복귀와 한현희의 뒷문 이동이라면 김세현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넥센은 주축들의 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5위를 지키고 있다. 목표는 더 높다. 넥센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을 마치고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머니볼을 정의하는 시선은 여러 가지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넥센의 이번 행보는 KBO판 머니볼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넥센의 이런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성공한다면 KBO 리그는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돈을 적게 쓰고, 성적도 확실히 내는 넥센식 모델을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2~3년 뒤 넥센의 성적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성공한다면, 선점 효과는 어마어마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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