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 중 부상’ 최승준-한동민, SK 거포들의 시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09 05: 50

SK는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을 펑펑 때린다. 그러나 꽃을 만들어야 할 거포 자원들이 애꿎은 부상에 쓰러지고 있다. 2년 연속 주루 중 큰 부상이 나오며 씁쓸함을 남겼다.
한동민은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솔로포 하나를 추가했다. 자신의 시즌 29번째 홈런이었다. 그러나 나쁜 기운이 더 컸다. 8회 2사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왼 발목을 크게 다쳤다. 육안으로 봐도 장기부상이 걱정될 정도였다. 지정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한동민은 좌측 발목 내측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을 것은 확실하다. 정확한 예상 결장 기간은 9일 2차 검진이 끝나야 알겠지만, 보통 내측 인대 파열은 최소 한 달 정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상태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복합골절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 그러나 미세골절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 재활 기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올 시즌은 그대로 접어야 하고 내년 시즌 준비에도 영향을 준다.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의욕이 다소 앞섰다. 2루에 가면 안타 하나로 추가점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선수 스스로가 도루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나오자 트레이 힐만 감독도 크게 낙심했다는 후문이다. 구단 내부에서는 “차라리 경기에서 지고 한동민이 멀쩡한 것이 낫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뼈아픈 타격이다.
지난 시즌 막판 군(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한 한동민은 올해 거포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팀 동료 최정(38개)에 이어 리그 홈런 2위였다. 후반기 들어 타율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타율 2할9푼4리, 29홈런, 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0을 기록한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미니 슬럼프는 있었지만 그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했던 한동민이기에 더 아쉽다.
당장 전력도 타격이지만 내년을 바라봤을 때도 좋은 일은 결코 아니다. 한동민이 올 시즌을 완주한다면 내년은 더 큰 기대를 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부상으로 물거품이 된 분위기다. 좋았던 흐름이 부상으로 끊어지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SK는 지난해 최승준(30)의 사례로 이를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최승준도 주루 도중 무릎에 부상을 당했다. 거포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상이었다. 
최승준은 지난해 SK의 최고 신데렐라였다.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최승준은 어마어마한 장타력을 뽐냈다. 6월 월간 MVP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7월 20일 마산 NC전에서 투수 앞 땅볼을 때린 뒤 1루 베이스를 밟다 쓰러졌다.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이 부상은 최승준의 상승세를 가로 막은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다. 시즌 막판에야 복귀했으나 좋았을 때의 흐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올해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번 무너진 리듬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최승준도 “무릎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최승준은 최근 들어서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돌아온 시간이 꽤 길었다. 엉뚱한 곳에서 부상이 나오고 있으니 SK의 답답함이야 말할 것이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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