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새 이대형과 한동민 부상 낙마
美 통계 "도루 성공률 70% 이하는 자제할 것"
단 사흘 만에 2루 베이스 위에서 두 명이 다쳤다. 모두 2루 베이스를 훔치려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과연 도루가 효율적인 작전일까.
한동민은 8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에 5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한동민은 1회 1타점 적시타, 2회 솔로포를 때려내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SK가 4-0으로 앞선 8회,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한동민은 2사 후 박정권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그러나 슬라이딩 도중 왼발이 크게 꺾였다. 한동민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구급차가 그를 병원으로 후송됐다.
느린 그림으로만 봐도 큰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한동민의 체구가 큰 탓에 가속에서 오는 충격은 다른 선수보다 훨씬 크다. 검진 결과 왼 발목 내측 인대 파열. 경기는 비록 SK가 4-0으로 챙겼으나 한동민의 부상이 장기화된다면 1승보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입은 경기다.
불과 이틀 전인 6일 수원 kt위즈파크서도 비슷한 장면이 발생했다. 이대형은 6일 수원 SK전에 1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이대형은 팀이 0-1로 뒤진 1회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나갔다. 후속 전민수 타석, 이대형은 초구부터 2루 도루를 시도했다. 결과는 세이프. 그러나 베이스를 찍은 왼발에 타격을 입었다.
이대형은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고통을 호소했고 하준호가 2루주자로 투입됐다. 검진 결과 왼 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 복귀까지 최소 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올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이대형 본인은 물론 팀에게도 큰 손실이다.
도루로 인한 부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도루로 큰 손실을 입은 선수가 있다. 바로 '최강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26)이다. 트라웃은 지난 5월 29일 마이애미와 원정경기에 선발출장, 5회 볼넷을 골라나갔다. 트라웃은 곧장 2루 베이스를 훔쳤고 세이프. 시즌 10호 도루였다.
그러나 트라웃은 도루 과정에서 왼손이 베이스에 걸렸고, 6회 수비 도중 교체됐다. 검진 결과 왼 엄지 인대 파열.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데뷔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이름을 올렸다. 트라웃은 수술 후 6주간 재활에 매진했고 후반기에야 복귀했다.
트라웃은 부상 전까지 47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출루율 4할6푼1리, 장타율 0.742, OPS(출루율+장타율) 1.203, 16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물론 복귀 후에도 여전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의심의 여지 없는 'MVP 페이스'였음을 감안할 때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세이버매트릭스'에서는 도루의 가치를 상당히 낮게 평가한다. 무사 1루에서 2루도루를 시도해 생기는 이익보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손실이 더 크다는 이유다. 이 분야 선구자로 꼽히는 빌 제임스는 "성공률이 70% 이하라면 도루하지 말라"고 강변한다. 통계적으로도 73%를 넘지 않는 선수의 도루는 지양하는 게 맞다고 한다.
KBO리그는 2000년대 후반 '발야구'가 리그를 휩쓸었다. 물론 이전에도 도루의 가치는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 다른 분위기다. 일례로 넥센이 있다. 넥센은 지난해 144경기서 154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장정석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은 105경기서 51도루에 그치고 있다. 장 감독은 "선수들에게 도루에 대한 압박은 전혀 주지 않는다. 도루같이 부상 위험이 높은 작전은 지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슬라이딩 도중이 위험한 건 물론이고 스타트 과정에서 햄스트링 통증을 느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연이은 도루 부상자. 도루의 효율성을 재고해볼 시점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