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제 막 반년이 됐을 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믿기 힘들 만큼의 맹활약이다. 이정후(19·넥센)가 시즌 13번째 3안타 경기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이정후는 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전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넥센은 이정후의 맹타에 힘입어 KIA를 5-3으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정후는 이날 전까지 올 시즌 팀이 치른 104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3할3푼5리(385타수 129안타), 2홈런, 34타점, 8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47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교체 출장은 단 8경기에 불과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한두 경기쯤 쉬어가는 타자들도 많은 상황. 그 가운데 이제 막 1군 투수들 공을 상대하기 시작한 '루키'가 전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타율 9위, 최다안타 5위, 득점 2위에 올라있을 만큼 리그에서도 압도적이다. 신인왕 후보군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경기는 28번. 그러나 그 중 6번은 교체투입으로 들어와 타석을 소화하지 않았거나 한두 타석 소화했을 뿐이다. 이정후의 진가는 몰아치기에 능하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이날 전까지 36차례 멀티히트로 이 부문 리그 공동 9위에 올라있었다. 또한 3안타 경기도 12번. 4안타 이상 때려낸 것도 두 차례나 있었다.
8일 경기 전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정후 칭찬에 여념 없었다. 평소 선수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장 감독이지만 이정후 얘기에는 유독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장 감독은 "사실 (이)정후가 한 번쯤 쉴 때가 됐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정후같은 선수를 벤치에 머물게 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장 감독은 "정후는 대수비나 대주자로도 가치가 충분한 선수다. 벤치에서도 쓰임새가 충분한데 워낙 잘해주니 뺄 타이밍 잡기가 어렵다"라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정후 본인도 "더워서 살이 1~2kg 정도 빠지긴 했지만 체력적으로 큰 문제 없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장 감독의 칭찬 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도 맹활약했다. 첫 타석부터 유격수 옆 내야안타로 살아나갔다. 후속 서건창과 채태인이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이정후는 채태인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임기영은 올 시즌 피안타율 2할7푼5리를 기록 중인데 주자 2루시에는 무려 4할로 훌쩍 뛰었다. 이정후의 빠른 발이 임기영을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 것. 결국 임기영은 김하성에게 초구부터 투런포를 맞았다. 넥센의 2-0 리드.
이정후는 3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했다.
이어 4회. 넥센은 무사 1루서 김민성의 2루타와 1사 후 고종욱의 적시타로 두 점을 더 보탰다. 그러나 후속 박동원 타석에서 런다운이 나오며 그대로 2사 2루에 머물렀다. 분위기가 식을 법한 상황. 이정후는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2루에 있던 박동원을 불러들였다. 스코어 5-0.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안타였다.
이정후는 이후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특히 9회 무사 1·2루서 희생번트를 댔지만 3루 쪽으로 향하며 선행주자가 아웃된 점은 아쉬웠다. 이런 세기의 부족만이 이정후가 올 시즌 루키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전 실패는 팀 승리로 상쇄됐다. 시즌 13번째 3안타 경기를 펼친 이정후. KBO리그에 물건이 나타난 건 분명해 보인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