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입추’ 반등 절실한 SK, 다시 뛰면 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08 13: 00

7월 11일까지 SK의 성적은 48승37패1무(.565)였다. 승패차가 +11이었다. 선두 KIA나 2위 NC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3위 자리를 지키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SK가 전반기 이전 +11을 기록한 것은 이른바 2000년대 후반 왕조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7월 12일 이후로는 상황이 급변했다. 올 시즌 KBO 리그 10개 팀 중 이렇게 온탕과 냉탕을 반복한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SK는 7월 12일 이후 가진 20경기에서 4승16패로 추락했다. 그 결과 6일 수원 kt전에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7위 롯데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약간 앞서는 6위다. 반면 경쟁자들은 선전했다. 두산은 17승2패1무, LG는 13승6패를 기록하며 SK를 추월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기간 SK의 팀 평균자책점은 7.26에 머물렀다. 한화(7.47)만이 SK의 뒤에 있다. 타선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경기에서 팀 타율은 2할5푼5리다. 9위 롯데(.263)보다 훨씬 처지는 리그 꼴찌다. 전반기 타 팀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홈런의 힘도 별 것이 없었다. 20경기에서 SK가 터뜨린 홈런은 25개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23개)을 살짝 넘는 수치다.

SK의 전반기 선전 비결은 5월 이후 안정감을 찾은 선발과 홈런의 힘이었다. SK의 홈런포는 가공할 만했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터졌다. 떨어지는 팀 타율을 만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올 시즌 팀 사상 첫 200홈런을 앞두고 있다. 선발은 5월 이후 문승원과 박종훈이 분전했고, 스캇 다이아몬드가 부상에서 돌아와 힘을 보탰다. 불펜 불안이 있기는 했지만 선발의 활약과 타선의 넉넉한 홈런 지원 속에 크게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락이 시작된 이후로는 선발의 부진, 그리고 타선의 기초 체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6월 선발 평균자책점 1위였던 SK는 7월 12일 이후 6.92의 형편없는 선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문승원(10.00), 박종훈(7.97), 윤희상(9.00) 모두 좋지 않다. 잡을 수 있는 경기도 불펜 난조로 날렸다. 홈런 없는 타선은 시즌 초부터 지적된 바다. 응집력이 떨어졌다. 사실 운도 조금은 없었다. 남들이 비로 1~2경기를 쉬어갈 때, SK만 계속 경기를 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극심했다.
그러나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아직 SK는 38경기가 남았다. 그리고 시즌 초반에 벌어놓은 승리 덕분에 아직은 올 시즌 팀의 목표였던 5강 진출의 불씨가 살아있다. 5할 승률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SK는 5위 넥센과의 승차가 3경기다.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포기는 이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뛰면 된다.
일단 선발이 바로 서야 한다. SK가 승패차를 +11까지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선발의 힘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새롭게 들어올 자원은 없지만, 메릴 켈리를 주축으로 재정비가 필요하다. 타선은 장점을 살리는 야구가 필요하다. 어차피 팀 타율이 급격히 올라오기는 어려운 팀이다. 출루는 출루대로, 장타는 장타대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투·타 모두 베테랑 선수들이 자신의 진가를 보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구단 내부의 목표는 5강이었지만, 어차피 시즌 전 SK를 5강 후보로 본 이는 거의 없었다. 지금 성적이 구단의 현실임을 직시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잔여경기 일정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전망이지만, 지난해에도 그런 혜택을 살리지 못하고 9연패를 했던 경험이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다만 어쩌면 뒤에서 쫓아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1~2차례 찾아올 반등의 기회에서 연승을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가을에 강했던 SK가 입추 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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