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간절함으로 꽃폈다' 최주환의 100안타 이야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8.08 06: 09

지난해 1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총 67명. 8월 7일 기준으로 KBO리그가 약 2/3 이상이 지난 가운데 100안타 이상을 친 선수는 29명이다.
100안타는 한 시즌에도 수십명이 기록하는 다소 평범한(?)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주환(29·두산)에게만큼은 100안타는 정말 멀고도 힘들게 달성한 기록 중 하나다.
지난 6일 잠실 LG전 최주환은 6회 무사 1루에 나온 그는 LG 여건욱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뽑아냈다. 최주환의 올 시즌 100번째 안타. 이틀 전 네 번째 타석 이후 꼭 9번째 만에 나온 안타였다. 이로써 최주환은 올 시즌 29번째로 100안타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 우여곡절의 12년
지난 2006년 2차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64순위)로 입단한 최주환은 타격 능력은 높게 평가 받았지만, 주로 백업으로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많았다. 올해 전까지 2015년 100경기 출장해서 238타수를 소화한 것이 최주환에게는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기록이다.
올 시즌 최주환은 팀의 주전 선수로 거듭났다. 주전 2루수 오재원이 올 시즌 주춤한 가운데, 공격과 수비 모두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올 시즌 94경기에서 318타석을 소화하고 있다. 타율 3할1푼4리, 7홈런, 54타점으로 모든 것이 커리어 하이다.
"쉽게 안나오더라"고 운을 뗀 최주환은 "데뷔 후 처음인 12년 만에 나온 100안타라 그런지 의미가 남다르다. 2군에서 상무시절 첫 해(2010년) 151안타도 쳤었고, 다음해에도 111안타를 기록했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쉽게 할 수 있는 기록인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사실 우리 팀 같은 경우는 1군에서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은데, 그만큼 100안타 달성은 더욱 쉽지 않았던 것 같다"라며 "올 시즌도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잡지 않았는데, 올스타전 이후 조심스럽게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달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최주환은 타순 곳곳에 배치됐다. 4번타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타석에 들어섰다. 최근에는 1번타자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1번타자인 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최주환은 지금의 시간이 그저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타순이 금방 돌아와서 체력 관리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당장 지난해만 봐도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봤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보다는 차라리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낫다. 야구 선수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선다는 것이 좋고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백업과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달성한 100안타. 그만큼 고마운 사람도 많았다. 그는 "나 혼자 결코 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며 "코칭스태프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무엇보다 그동안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기회 속 하나씩 쌓아가다가 보니 100안타가 나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후배들의 조언도 많은 힘이 됐다. 아무래도 나보다 앞서 풀타임을 뛴 후배들이 많다. (김)재환이는 임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체력 관리 같은 조언을 많이 해주고, (박)건우도 편하게 하라는 말을 해줬다"라며 "선배들의 조언이 힘이 될 때도 있지만, 후배들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때 편하고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밝혔다.
#고영표에서 시작해 고영표로
올 시즌 최주환은 월간 타율도 3할 언저리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크게 흔들림 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단순 숫자로 봤을 때 큰 슬럼프가 없어보였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최주환은 올 시즌 한 차례 큰 슬럼프를 겪을 뻔 했다.
최주환은 "시즌 초에 고영표(kt)를 상대하다가 타격폼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고영표 선수가 정말 체인지업이 좋은데, 그것을 치려고 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타격폼이 흔들렸다"며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타격폼에 살짝 변화를 줬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최주환은 구체적인 타격폼 변화에 대해서 "원래 오른발을 살짝 들고 하는데, 고영표의 공을 의식하다보니 먼저 다리를 덜 들고 먼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다리를 오래 들려고 했는데 괜찮았다. 다행히 강석천 코치님도 변화에 대해서 괜찮다고 해보라고 하셔서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주환이 바뀐 타격폼을 적용한 것은 지난 7월 25일 수원 kt전. 고영표를 상대로다. 당시 최주환은 고영표를 상대로 홈런을 날렸고,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도 다시 아치를 그렸다. 최주환은 4일 LG전을 마치고 "이전까지 밀어쳐서 홈런을 친 적이 없는데 바뀐 타격폼이 아직까지는 타이밍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석천 타격 코치는 "크게 바꿨다기보다는 타이밍의 수정"이라며 "큰 차이는 아니지만, 상체 중심이 빨리 떨어지면 아무래도 사이드암 투수, 변화구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바뀐 폼으로는 공을 더 오래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선수들의 경우 한 가지 폼을 가지고는 시즌을 보내기 쉽지 않았다. 기본 틀이 되는 폼이 있고, 그 안에서 미세한 변화를 통해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다"라며 "(최)주환이는 빠르게 그 폼을 찾았다. 센스가 없는 선수라면 아무리 코치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다. (최)주환이는 빠르게 잘 잡았다"고 칭찬했다.
#가족 앞에서 극복한 아홉수
최주환이 100안타를 치는 순간 야구장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원래 이날 야구장에는 최주환의 가족들이 방문할 계획은 없었다. 최주환을 제외하고 제주도로 가족 여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태풍 ‘노루’의 영향으로 취소됐고, 가족들은 최주환의 야구를 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LG와의 3연전을 모두 지켜본 가운데, 첫 날 최주환은 홈런 한 방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을 했다. 당시 경기를 마치고 최주환은 "어머니께서 해주신 밥을 먹으니 좋은 결과가 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둘째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그는 6일 마침내 100번째 안타를 쳤다.
최주환은 "부모님께서 LG와의 3연전을 보고 내려가신다. 내심 부모님께서 보시는 곳에서 100안타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의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100안타를 치고난 뒤 어깨에 힘이 빠졌다. 감독님께서도 평소 내가 좋지 않을 때 지적하는 것이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는데, 오늘 안타를 치는 타석까지 어깨가 불편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며 "99번째 안타를 치고 아홉수 이런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안 맞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부담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주말 마지막 경기에 나와서 다행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100안타 달성은 성공했지만, 최주환은 여전히 좀 더 나은 모습을 꿈꿨다. 그는 "100안타가 끝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 야구 인생 인생의 기준점은 될 것 같다"라며 "아직 고칠 것도 많다. 무엇보다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표정에 기분이 나타나고 그런다. 이런 부분은 정말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만 앞으로 야구 인생 인생의 기준점은 될 것 같다. 1차 목표였던 세 자릿수 안타를 했으니, 나머지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 올라가도록 하겠다"라며 "편하게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든 것이지만, 팀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내 역할을 하며,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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