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트레이드 한 달' 윤석민과 kt의 변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08 05: 52

깜짝 트레이드였다. 부상만 없다면 20홈런 이상을 언제든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애지중지' 키우던 유망주를 내줬다. 데려온 이가 부진하다면 실리와 명분 모두 잃을 상황. 하지만 윤석민(32·kt)은 그런 염려를 완전히 깨며 팀과 개인의 동반 상승을 만들고 있다.
kt는 7월 7일 넥센과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가 넥센으로 건너가고 윤석민을 데려왔다. 매년 기대에 못 미쳤던 정대현이지만 김진욱 kt 감독은 "올해는 다르다. 내가 봤던 정대현 중 최고다"라고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정대현은 그 바람을 채우지 못했고, 침체된 팀 타선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kt는 트레이드 직전까지 80경기서 팀 타율 2할6푼4리(10위), 330득점(10위), 53홈런(9위)에 그치고 있었다.
윤석민은 트레이드 이후 21경기에 모두 선발출장해 타율 3할4푼5리, 3홈런, 2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2를 기록했다. 본인을 향한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윤석민은 "트레이드 직후 많은 기대를 받았다. 솔직히 '부진하면 안 되는데…'라고 불안함도 느꼈다. 그런데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 지금은 '내가 잘 해야돼'라는 부담 대신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진욱 감독도 윤석민의 가세 이후 팀 전체에 힘이 붙었다고 그에게 고마워했다. 김 감독은 "든든하다. 매 경기 선발로 내보내고 있다. 게다가 주 포지션이 3루다보니 체력 부담이 심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잘해주니 감독으로서는 고마울 뿐이다"라고 밝혔다.
윤석민 가세 후 팀은 21경기 6승15패. 같은 기간 한화와 더불어 승률 공동 9위다. 그러나 팀 타율은 2할6푼4리(10위)에서 2할8푼2리(6위)로 뛰었다. 또한 21경기 중 12경기가 두 점 차 이내 승부였다. 비록 3승9패로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따라붙는 힘이 생겼다. 5점차 이상 완패는 4경기에 불과했다. 윤석민 가세 전까지 80경기 중 25패를 5점차 이상 완패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김진욱 감독도 "이제 상대가 우리를 쉽게 안 본다. 확실히 경기 중후반 따라붙는 힘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정현 역시 "지더라도 연패는 안 할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석민도 이에 동의했다. 그가 처음 합류했을 때, kt에는 패배의식이 퍼지고 있었다. 윤석민은 "경기하기도 전에 '오늘도 지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너무 안타까웠다. 선수들의 의욕도 많이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는 "요즘 경기력이 괜찮아서 팀 분위기도 좋다. 예전과 달리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고, 따라가는 모습이다. 다른 팀도 우리를 쉽게 안 보는 게 경기하면서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이 부분은 팬들도 느끼고 있다. 워터 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kt 원년팬 박기영(31) 씨는 "윤석민의 이적은 우리팀의 '선물'이다"라며 "윤석민 가세로 팀 타선이 강해진 것 같다. 오늘 경기 후 윤석민 마킹 유니폼을 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팀 분위기 전환에 큰 역할을 한 윤석민이지만 본인은 정작 아쉬워했다. 바로 장타 기근이다. 윤석민은 이적 후 3홈런을 때려냈다. 팀내 2위지만 본인의 성에 차지는 않았다. 그는 "안타는 꾸준히 치고 있지만 홈런이 적은 것 같다"라고 답답해했다.
그럼에도 윤석민은 kt 이적 후 23타점, 같은 기간 리그 공동 2위다. 선두는 김재환(두산·28타점), 구자욱, 김하성이 윤석민과 함께 23타점을 기록 중이다. 모두 윤석민에 비해 앞 주자가 많이 살아나간 타자들이다. 윤석민은 이러한 얘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멜 로하스나 (정)현이가 앞에서 워낙 잘 살아나가고 있다. 그 덕에 타점 많이 올리고 있다. 주자가 있으면 내가 해결하고, 없으면 뒷 타자들에게 타점 기회를 만들어주면 된다"라고 대수롭지 않아했다.
윤석민은 두산과 넥센을 거쳐 kt 유니폼을 입었다. 앞 두 팀은 모두 '언제든 가을야구를 할' 강팀. 윤석민 커리어에서 최약체 팀에서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윤석민은 팬들에게 감동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이 최하위에 처져있는데도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시는 게 감사하다. 내가 팬이라도 이렇게 순위가 안 좋으면 응원할 맛이 안 날 것 같다. 꼴찐데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거에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감동받고 있다"라며 "남은 경기는 물론 앞으로 늘 최선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kt 위즈는 '힘쓰지 못했던 마법사'들이 모인 곳 같았다. 그러나 윤석민이 합류하자 '진짜 마법'같은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kt 위즈 담당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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