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가장 핫한 팀은 두산 베어스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이 '완전체 모드'로 선두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후반기 승률 8할8푼2리(15승1무2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7연승 행진. 7월까지 범위를 넓혀도 20승1무5패로 승률이 8할이다. 한 달 반 가까이, 무더위 속 수은주처럼 위로 올라가기만 한다.
두산은 4월까지 11승1무13패(승률 .458)로 7위에 처졌다. 6월까지도 37승1무36패로 5할 승률에서 딱 +1승이였다. 시즌 절반인 72경기를 넘어설 때까지도 부진에 빠졌던 두산은 어떻게 40여일 만에 리그의 '깡패곰'이 다시 됐을까.
# 스타트, 준비&훈련 부족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5일 LG전을 앞두고 최근 상승세와 함께 지나온 시즌을 되돌아봤다. 4월 부진은 준비와 훈련의 부족으로 진단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최강 전력의 팀은 비시즌과 캠프에서 선수들의 관리 모드에 들어간다. 가을야구를 계속 치르고 정상을 지킨 팀은 쌓인 피로를 풀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꼽는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부상을 조심하며 훈련량을 많이 시키지 않았다. 컨디션 조절에 주력했는데, 시즌이 시작되고 훈련 부족 현상으로 고전했다. 잘못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3월에 열린 WBC에 주전 선수들이 다수 참가한 것도 준비 부족에 영향을 줬다.
# 챔피언의 잔인한 4월
팀이나 개인 성적이 부진하면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선수들의 마음은 여유가 없고 급해진다. 조급함에서 자신의 실력이 100%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된다.
2년 연속 우승의 주축이었던 박건우(타율 .180), 김재호(.236), 허경민(.250), 오재일(.195), 오재원(.174)은 4월 한 달을 망쳤다. 설상가상 보우덴은 2경기 던지고 어깨 부상으로 장기 이탈, 판타스틱4가 해체됐다.
훈련과 준비 부족을 반성한 김 감독은 어떻게 했을까. 훈련량을 늘리며 선수단을 다그쳤을까. 김 감독은 "안 될 때는 억지로 시킨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도 조급했을 것이다"며 "그냥 선수들에게 맡겨뒀다. 다그친 것은 2016시즌 중반,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면 끝까지 쭉 갈 거라는 생각에 다그친 적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올라올 팀은 올라온다
올라올 팀은 올라온다지만, 막연히 되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의 저력, 실력이라고 칭찬했다. 주전이 이탈했을 때는 백업(박세혁, 정진호, 김인태 등)이 잘 메워줬다. 부상자들이 돌아와 완전체를 이루면서 투타 밸런스가 맞아졌다.
보우덴이 돌아오고, 5선발 함덕주까지 잘 던지면서 선발진이 탄탄해졌다. 선발이 안 밀리면 6~7회까지 승부가 가능하다. 불펜도 김강률, 김명신, 이용찬에 베테랑 김성배, 김승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 감독은 "(7월말) KIA와 3연전(1승1무1패)에서 3경기 모두 접전을 벌이면서 중간 투수들도 잘 던졌다. 그기서 힘이 생겼다"며 "선발이 기본 이닝을 책임져주니, 불펜들도 자신감을 챙기고 있다. 생각보다 잘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3.73으로 리그 2위, 약점으로 꼽혔던 불펜 평균자책점은 3.34로 1위다. 팀 타율(.322) 홈런(27개) 2루타(51개) 3루타(5개) 타점(138개)은 모두 1위로 압도적인 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8득점이다. 수비에서도 최소 실책(6개)으로 두산 특유의 팀 컬러를 자랑한다. 7일 현재 2위 NC에 1.5경기 차이, 1위 KIA는 7경기로 거리를 줄였다.
# 키플레이어-최주환&류지혁
김태형 감독은 7월 이후 폭발력에서 테이블세터 최주환과 류지혁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그는 "팀 상승세에 있어 타선에선 최주환의 역할이 크다. 류지혁도 유격수 자리를 메우며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둘 다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8월 현재는 주전이다. 김재환(.414, 후반기 타율 3위, 홈런 1위, 타점 1위) 박건우(.444, 후반기 타율 3위) 등 기존 주전들의 맹활약보다 더 플러스 효과다.
후반기 1~2번은 최주환과 류지혁으로 거의 고정이다. 후반기 18경기에서 최주환은 타율 3할3푼8리 2홈런 14타점 18득점, 류지혁은 타율 3할7푼3리 2홈런 11타점 18득점을 기록 중이다. 둘 다 출루율은 4할7리로 똑같다.
최주환은 프로 12년차에 첫 시즌 3할 타율(.319)을 바라보며 7홈런 54타점 57득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데뷔 후 첫 100안타를 달성했다. 류지혁도 김재호 부상 공백을 티나지 않게 하고 있다.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타율 3할1리로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이다.
# 깡패곰, 어디까지 올라갈까
선두 KIA와 7경기. 큰 숫자이지만, KIA가 약간 주춤하고 있고 두산이 미친 페이스를 보름 정도 더 이어간다면 선두권 경쟁이 재미있어질 수 있다. 쫓기는 자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큰 욕심없이 추격하는 자는 무리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2위와 거리가 좁혀졌다는 말에 "지금 2위나 선두를 추격하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 순위표는 매일매일 본다"고 웃으며 "다른 팀을 신경쓰기 보다는 우리 전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 컨디션을 잘 조절해주고 부상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고, 부상만 없다면 두산의 전력은 최강이다. 김 감독은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민병헌과 양의지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이쪽이 안 터지면 저쪽에서 터질 수 있다. 안정감이 생겼다"면서 "지난해 좋을 때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친 타격감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봤다.
두산은 정확하게 100경기를 치렀다. 아직 44경기나 있고,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선두 다툼도 불가능하지 않다. 김 감독은 "시즌 3분의 1이 남았다"고 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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