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kt 오태곤이 김진욱 감독을 피해 다니는 사연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07 13: 04

"감독님 얼굴을 뵐 자신이 없네요".
오태곤은 6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전에 8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2일 수원 롯데전 이후 46일만의 한 경기 3안타. kt는 오태곤의 맹타에 힙입어 SK를 6-3으로 누르고 64일 만에 연승을 달렸다.
오태곤은 올 시즌 시작을 롯데에서 맞았다. 절치부심으로 맞이한 시즌. 그러나 오태곤은 채 날개를 펴기도 전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롯데와 kt는 4월 18일 밤, 트레이드 합의를 발표했다. 내야수 오태곤과 투수 배제성이 kt로 향하고 투수 장시환과 김건국이 롯데 유니폼을 입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진욱 kt 감독은 "해설 때부터 많이 봐왔던 선수라 애착이 간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개막하고 보름 남짓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트레이드. 오태곤은 이적 당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화제를 모았다. 정들었던 롯데와 이별은 아쉽지만 어느새 그는 kt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태곤은 kt 이적 후 팀이 치른 86경기 중 7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1리(207타수 56안타), 4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지만 출루율(.290)과 장타율(.411)은 아직 기대를 충족하기 부족하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늘 "(오)태곤이가 잘해주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타격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라며 그를 치켜세운다.
오태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6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태곤은 "김진욱 감독님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트레이드라는 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기대를 걸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감독님께서 이적 후 기회를 꾸준히 주시는데 기대에 부응을 못하고 있다. 차마 눈을 못 마주칠 것 같아 피해 다닌다"라고 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적 후 오태곤의 타격 성적은 '들쭉날쭉'이다. 하루걸러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호조의 타격감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급격히 무안타로 침묵한다. 그러다 또 활약. 오태곤이 진단한 스스로의 기복 원인은 '변화'였다. 오태곤은 "안 맞다보니까 타격폼을 너무 많이 바꿨다. 그러다보니 채 적응할 시간이 없어 다시 성적이 나빠졌다. 그러면 또 타격폼을 바꿨다. 악순환이 톱니바퀴처럼 계속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오태곤은 지난 주말 SK와 두 경기서 홈런 한 개 포함 5안타를 때려냈다. 팀이 거둔 64일만의 연승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김진욱 감독은 SK와 주말 3연전을 앞두고 매번 타격폼을 바꾸는 오태곤에게 "결과가 나빠도 좋으니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해라. 부진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 몫이다"라고 주문했다. 그 조언이 제대로 효험을 발휘한 셈이다. 김광림 타격코치와 채종범 타격보조코치는 오태곤에게 입을 모아 "부담을 버리고 스윙 궤적을 바꾸면 20~30홈런도 거뜬하다"라고 격려한다.
오태곤은 "이제는 내려놓았다. 비록 내게 '커리어하이' 시즌은 없지만, 좋았을 때 영상을 계속 봤다. 다시 그 폼으로 돌아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태곤은 "내가 올 시즌만 kt 선수로 뛰는 게 아니다. 앞으로 쭉 kt에서 뛸 텐데,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 그 뒤까지 봐야 한다"라며 "kt는 내 발전 가능성을 보고 데려온 것이다. 앞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남은 43경기, 내려놓고 부담 없이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오태곤은 6일 경기 2회 수비 도중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2사 1·2루 노수광의 타석, 노수광의 느린 타구가 2루수 박경수 쪽으로 향했다. 박경수는 힘겹게 잡아 1루로 뿌렸다. 송구가 다소 엇나갔고, 이를 잡으려던 오태곤은 공중에 뜬 채로 노수광과 충돌했다. 오태곤은 그라운드에 미동 없이 쓰러졌다. 모두가 긴장한 상황. 그러나 오태곤은 대수롭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의식을 잃은 게 아니냐고 하던데, 정말 또렷했다. 왜 급소를 맞으면 숨이 안 쉬어지지 않나. 그런 상황이었다. '숨 쉬어야지'라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호흡이 안 됐다. 숨을 뱉고 나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태곤은 롯데 소속이던 지난해 자신의 파울타구에 맞아 왼 정강이 분쇄골절을 당했다. 부상을 당하지 말자는 뜻에서 이름도 오승택에서 오태곤으로 바꿨다. 그러나 kt 이적 후에도 왼 무릎과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이런 말하면 안 믿을 수도 있지만 맷집이 좋은 편이다. kt 이적 후 잔부상은 있지만 크지 않으니 다행이다"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훗날, 오태곤의 삶에서 2017년은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름과 소속팀 모두 바꾼 한 해. 오태곤은 그렇게 마법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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