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빨리 취소하나?"
지난 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오후 6시 KIA와 한화의 시즌 11차전을 30분여분 앞두고 폭우가 쏟아졌다. 구장 관리 요원들이 재빨리 움직여 대형 방수포를 깔았고, 내야 전체를 물 샐틈 없이 덮었다. 그러나 국지성 호우로 30분가량 비가 계속 내렸다. 오후 6시6분, 심판진에서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일요일 휴일을 맞아 이글스파크를 찾은 관중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7600여분의 예매표가 팔릴 만큼 관심도가 높은 경기였고, 취소 결정이 난 뒤에도 관중들을 한동안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공교롭게 취소 결정 이후 비가 그치면서 "너무 빨리 취소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들렸다.
취소 결정을 내린 이날 대전 경기 심판진은 선수들의 부상 방지가 최우선이었다고 밝혔다. 심판진은 "경기장 상태를 본다면 (취소 결정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너무 많은 비가 왔다. 외야 쪽에는 물 웅덩이가 생길 정도였다. 잔디에는 빗물이 많이 고여있어 미끄럽다.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아 선수들의 부상 위험성이 높다. 순위 싸움의 중요한 시기인데 선수가 다치면 정말 큰 일이다"고 우천 취소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장 관리 요원들도 "내야는 방수포를 미리 덮어놓아 문제 없지만 외야가 엉망이 됐다. 물을 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심판진은 "정비 작업을 마무리하면 빨라야 오후 7시30분쯤 경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그라운드 상태를 확인한 모 선수도 "잔디에 물기가 많아 미끄럽다. 경기를 하기엔 무리일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취소 결정을 내려진 뒤 비가 그치고 해가 뜨면서 팬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럴 때가 KBO 경기감독관이나 심판진 입장에선 가장 난감하다. 한 경기 감독관은 "우천 취소는 관중들이 구장에 입장하기 전 결정을 내려야 한다. 팬들을 경기장에 들여놓고 취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처럼 경기 시작 30여분 전 쏟아지는 비에는 대책이 없다.
이 감독관은 "야구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오시는 팬분들도 아주 많다. 시간, 비용을 들여 찾아오시는 팬들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감독관은 "팬들께서는 많이 아쉽겠지만, 현장에서도 그냥 쉽게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다. 실시간 기상청 레이더, 그라운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고, 양 쪽 구단 의견도 다 고려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폭우가 내려도 2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한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동 거리가 엄청난 메이저리그에선 우천 취소와 추후 일정 재편성이 더 어렵다. 미국과는 사정이 다른 한국이지만 팬들은 그것까지 깊게 헤아려주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 우천 취소를 남발해온 KBO리그에 야구팬들의 불신이 아직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