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현재까지 리그 최하위. 3년 연속 탈꼴찌 실패할 가능성에 놓여있는 팀. kt의 현주소다. 그러나 kt는 확실한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있다. 한걸음씩, 그러나 우직하게.
8월 4일, kt와 SK의 팀간 10차전을 앞둔 수원 kt위즈파크. 김진욱 kt 감독과 인터뷰 도중 낯선 얼굴이 더그아웃을 오갔다. 김진욱 감독은 "누구지?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인가?"라고 특유의 너스레를 떤 뒤 "정식으로 소개한다. 우리팀의 미래가 될 이종혁(20)과 문상인(19)이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이내 분주해졌다. 1군 엔트리에 변동이 있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김진욱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감독은 "이번주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1군 투어'의 첫 대상자들이다. 공식적으로는 퓨처스팀 소속이지만 일주일간 1군과 동행하며 이것저것 배울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빅또리 챌린지 투어'의 시작이다. 험상궂게 생긴 '빅'과 귀여움을 담당하는 '또리'는 kt의 마스코트다. 이들의 이름을 딴 빅또리 챌린지 투어는 아직 1군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매주 투수와 야수 한 명씩 1군으로 올라와 동행한다. 훈련은 물론 호텔까지도 함께 이용한다. 단, 경기가 시작하면 등록하지 않은 선수는 더그아웃에 앉을 수 없으므로 투수는 불펜, 야수는 전력분석원 지정석에서 경기를 함께한다. 빅또리 챌린지 투어 대상자는 전적으로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에서 결정한다. 또한, 1군과 퓨처스팀을 오가는 선수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배경에는 지난 1일과 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퓨처스리그 kt와 두산의 경기가 있다. '먼데이 나잇 베이스볼'의 일환으로 kt 퓨처스팀은 1군 홈구장인 kt위즈파크에서 경기를 가졌다. 이 경기를 지켜본 프런트 쪽에서 먼저 의견을 제시했고, 현장에서는 망설임없이 이를 수용했다.
임종택 kt 단장은 OSEN과 통화에서 "우리 팀의 기조는 '육성, 근성, 인성'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임 단장은 "모든 선수들을 1군에서 쓸 수 없다. 그러나 퓨처스팀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 직접 그 분위기를 체험하면 아무래도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이 생길 것이다. 언젠가는 1군에서 뛸 선수들 아닌가. 직접 부딪히고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를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진욱 감독은 "일주일이지만 그 시간 동안 함께한 선수들은 퓨처스팀에 내려가서도 그 자극이 남아있을 것이다"라며 "동기부여 차원도 있지만, 그들이 언젠가 1군에 올라왔을 때 적응기를 줄이는 것도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빅또리 챌린지 투어 1기는 투수 이종혁과 포수 문상인. 모두 올 시즌 kt에 입단한 그야말로 '루키'다. 직접 느낀 1군은 어떤 부분이 얼마나 다를까. 이종혁은 "처음 동행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자는 마음가짐이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막상 올라와보니 배울 점이 많았다. 내 실력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올라와 여기서 함께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경기가 시작하면 불펜으로 이동해 선배들과 함께한 이종혁. 그는 경기 내내 섀도 피칭을 실시했다. 섀도 피칭은 공 대신 도구를 가지고 실전에서 타자를 대하는 것과 똑같은 투구폼으로 던지는 연습이다. 투구폼 교정 등에 효과가 있다. 이종혁이 가득염 1군 불펜코치의 조언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다.
문상인은 선배들에게 경기 준비 과정을 직접 묻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상인은 "1군과 퓨처스리그 모두 같은 야구인 것 같다. 하지만 훈련 환경 등 몇몇 부분에서 차이를 느낀다"라며 "주어진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모든 KBO리그 감독들은 육성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김진욱 감독은 "사실 육성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굉장히 힘들다. 투수의 경우 어린 선수들 대부분은 근력이 부족하다. 근육을 붙이고 그 몸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라며 "그래도 퓨처스팀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선수들이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사실 젊은 선수에게 바라는 건 자신감인데, 그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콜업한 야수 안치영을 두고 했던 이야기도 비슷하다. 아닟영은 지난달 29일, 데뷔 두 번째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안타는 없었지만 두 차례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김 감독은 "기습번트식으로 하라고 말해줬더니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하더라. 그리고 침착하게 잘해줬다. 그런 모습이 긍정적이다"라고 안치영을 칭찬했다.
kt는 선발투수 고영표와 정성곤에게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맡기고 있다. 불펜진에서도 심재민이 든든하다. 야수진에서도 심우준, 오태곤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올 시즌은 주춤하지만 주권과 엄상백, 조무근은 언제든 마운드에 힘을 보탤 전력이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이지만 유망주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1군 적응 중이다.
때마침 kt는 빅또리 챌린지 투어를 시작한 첫 3연전을 64일만의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했다. 빅또리 챌린지 투어 1기 이종혁과 문상인이 더 많은 걸 느끼고 내려가지 않았을까. / kt 위즈 담당 기자 ing@osen.co.kr
[사진] 안치영(위)-이종혁(아래 왼쪽)-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