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2017시즌. KBO리그가 야심차게 밀었던 '스피드업'은 어느새 무색해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효험을 발휘하는 듯했으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시간은 제자리를 향했다. 이유는 하나. 타고투저 흐름 회귀다.
KBO리그는, 아니 세계 전반적으로 야구는 '시간과의 싸움'을 펼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경기시간 2시간대 진입'에 리그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당 2명의 불펜투수만 투입하자'는 의견부터 '야구를 7이닝 게임으로 바꾸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2015시즌 평균 3시간, 지난해에도 3시간4분에 경기를 끝냈다.
KBO리그는 이보다 조금 더 길다. 2012시즌, 3시간 11분이던 평균 소요시간은 2013시즌 3시간 20분으로 훌쩍 뛰더니 2014시즌 3시간27분까지 상승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긴 평균 경기시간이었다. 2015시즌에는 3시간 21분으로 조금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다시 3시간 25분으로 상승했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이러한 흐름이 잦아드는 듯했다. 5월까지 KBO리그는 254경기 평균 3시간17분을 기록했다. 2012시즌 이후 처음으로 '3시간 10분대 진입'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러나 6월 들어 경기시간이 급격하게 요동쳤다. 5월까지 3시간 17분대를 유지하더니 6월 한달은 3시간 24분으로 훌쩍 뛰었다. 6월 KBO리그 125경기가 열렸다. 경기당 7분씩 늘어났으니 앞선 5월까지보다 총 14시간 가까이 더 뛴 셈이다.
물론 6월에는 평균에 큰 영향을 끼칠 변수 하나가 있었다. 바로 롯데와 LG의 '무박 2일 시리즈'였다. 6월27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LG의 팀간 7차전은 이튿날 오전 0시9분에 마침표를 찍었다. 5시간 38분. 역대 5번째로 긴 경기였다. 이튿날도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시간5분이 소요됐다. 이틀 합쳐 10시간43분. 사실상 세 경기 이상의 수준이니 평균에 영향을 줬다. 양상문 LG 감독도 "감독 생활하며 가장 힘든 경기였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변수는 급격히 고개를 든 '타고'현상이었다. 5월까지 올 시즌 평균 타율은 2할7푼6리. 경기당 홈런은 1.78개가 나왔다. 리그 평균자책점도 4.50을 유지했다. 경기시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볼넷은 경기당 6.32개.
그러나 6월 한달간 리그 타율은 2할9푼8리를 기록했다. 앞선 두 달에 비해 2푼 이상 올라간 것이다. 경기당 홈런은 2.36개로 급증했고, 리그 평균자책점은 6월 5.64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1 이상 올랐다. 경기시간 증가는 당연했다. 경기당 볼넷은 6.65개로 소폭 상승했으나 큰 의미는 없다. 결국 안타로 점수가 많이 났고 시간 소모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한 번 불붙은 타격은 7월에도 식지 않았다. 7월 리그 평균 타율은 2할8푼7리, 리그 평균자책점도 5.20을 기록했다. 6월보다는 타고투저 흐름이 살짝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투수들이 고전하고 타자들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결국 올 시즌 현재까지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20분. 5월에 비교하면 3분 늘어났다. 언뜻 작아보이지만 매 경기 3분씩 전체 720경기면 36시간이다. 평균 3시간을 잡아도 12경기 정도를 더 치르는 꼴이다. 결국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5년만의 3시간 10분대 진입은 물거품이 된다.
관측 이래 최고의 8월 기온. 찌는 듯한 폭염에 늘어가는 경기시간은 분명 되짚어볼 부분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