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조화 회복’ 되살아난 롯데의 가을 희망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07 05: 50

롯데의 ‘운명의 9연전’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SK, LG, 넥센과의 중위권 경쟁팀들과의 9연전에서 4승5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SK와의 원정 3연전 1승2패 루징시리즈로 시작한 뒤 지난 주중 LG와의 원정 3연전 절망의 스윕패를 당했다. 그러나 홈으로 돌아와 넥센과 치른 3연전에서 기적적인 스윕승을 만들어냈다.
9연전 이전 롯데는 46승46패2무로 4위 LG와 3.5경기 차이가 났었다.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50승51패2무의 성적으로 7위에 머물러 있고, 5위 LG와 여전히 3.5경기 차이가 나는 상황.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두가 가을야구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투타 밸런스다. 5강 싸움의 희박했던 희망의 불씨도 덩달아 되살아났다.
후반기의 롯데는 전형적인 ‘투수의 팀’이었다. 타선은 평균 3~4점 정도를 뽑기 힘들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선발진과 불펜진의 힘으로 상대를 틀어막았다. 투수력으로 타선의 부진을 채우며 성적을 이어갔다.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타선을 가진 롯데였지만 ‘타격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야구계의 격언이 롯데에는 지독하게도 들어맞았다.

타자들이 힘을 내지 못하자 버티던 투수진도 힘이 빠지려는 찰나, 하지만 롯데는 타선의 힘이 되살아났다. 지난 2일 잠실 LG전 4-5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뒤 이튿날 경기에서도 6-9로 패했다. 투수진과 타선의 엇박자가 롯데를 다시 암흑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지난날의 아픔을 계기로 각성했다. 스윕패 이후 맞이한 4일 넥센 3연전 첫 경기. 롯데는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선발진의 붕괴로 절망적일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타선이 투수진의 부진을 그대로 두고보지 않고 대거 10점을 뽑아내며 10-8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어진 5일 경기, 8회까지 3-1로 앞서던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3-4로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10회말 손아섭의 동점 솔로포와 강민호의 끝내기 적시타로 5-4의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여세를 몰아 6일 경기에서는 넥센 에이스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집중타를 몰아치며 6-4의 신승을 거뒀다.
넥센과의 3연전 공통점은 그동안 잘 버티던 투수진이 무너지려는 순간, 타선이 이를 되살리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것. 롯데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후반기 치른 17경기에서 모두 3점 이내의 타이트한 경기를 펼치며 지쳐가던 투수진, 특히 불펜진이었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쌓인 피로도가 경기력으로 직결되는 순간, 타선이 더 이상 투수진의 고통을 두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7월 타율 2할5푼9리(85타수 22안타) 5홈런 18타점으로 다소 부진했던 이대호는 8월 들어서 6경기에 불과하지만 타율 3할2푼(25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 장타율 0.600을 기록하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사직 넥센전 결승타의 주인공이었고, 전날(5일) 경기 10회말 4-4 동점에서 끝내기의 발판을 만든 것도 이대호의 2루타 때문이었다. 특히 타구가 외야로 뻗어가면서 장타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것이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에 부진을 거듭하던 최준석까지 회복했다. 부진으로 지난달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이달 2일에 다시 1군 등록된 최준석은 복귀 후 5경기 타율 4할7푼4리(19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 장타율 0.632의 성적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최준석이 다시 라인업에 복귀하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중심타선의 짜임새도 생겼다. 타격 침체로 매번 중심 타선을 변화 할 수밖에 없던 조원우 감독 입장에서는 최준석의 부활로 라인업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손아섭(타율 0.360 2홈런 3타점 7득점)의 활약은 여전한 가운데, 강민호(0.250), 전준우(0.240)의 타격감이 다소 떨어진 감은 있지만 중요할 때 해결사를 자처하는 역량은 여전하다.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졸전을 펼칠 정도의 타격 컨디션은 아닌 상황이다. 문제는 지금의 투타 조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화로운 롯데의 모습이 꾸준히 이어가야만, 롯데의 가을야구 희망도 실낱같은 불씨에서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횃불이 될 수 있다. 매 순간이 위기이자 승부처인 롯데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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