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 용병 빼고 대타 번트&주루사, LG의 뼈아픈 현주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8.06 06: 00

 LG는 5일 '잠실 라이벌' 두산과의 경기에서 1-2로 석패했다. 선발 헨리 소사가 올 시즌 가장 빼어난 피칭(8이닝 7K 비자책 1실점)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1-2 스코어는 무척이나 아쉬웠다.
패배와 함께 LG로서는 뼈아픈 현주소까지 드러내 보였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결정적 장면 2가지가 나왔다. LG의 숙제이기도 하다.
0-1로 뒤진 8회. 선두타자 안익훈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뒤로는 3번 외국인 타자 로니부터 4~5번이 나올 차례였다. 경기 종반 한 점 뒤지고 있는 상황, 하위타순이라면 번트 확률이 높겠지만 중심타선이라면 웬만하면 강공으로 가기 마련이다.

무사 1루, 양상문 LG 감독은 고민했다. 로니는 이제 막 KBO리그에 와서 적응 중. 전날까지 8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29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 3사사구 6삼진을 기록했다. 이날 3차례 타석에서 내야 땅볼 2개와 외야 뜬공 1개로 무안타였다. 타율은 2할5푼으로 떨어졌다. 아직 승부처에서 결정적 한 방은 보여주지 못했다.
양 감독은 로니를 빼고 김재율을 대타로 기용해 희생번트를 대는 작전을 선택했다. 2루에 주자를 보내놓고, 양석환-이형종-이천웅의 타순에 적시타를 기대하기로 했다.
외국인 타자를 중요한 승부처에서 빼고, 희생번트를 시도하기 위한 대타를 기용한 것이다. 현재까지 로니가 보여준 실력 때문이다. 로니는 8안타 중 주자가 없을 때는 19타수 7안타(타율 .368)로 좋지만, 주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 때는 13타수 1안타(타율 .077)에 그쳤다. 득점권 타율은 제로, 7타수 무안타(1볼넷 1사구)로 치명적이다. 표본이 적다고는 하나 아직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중심타선의 한 방 능력도 아쉽다. LG는 팀 홈런이 75개(98경기)로 kt(67홈런)보다 높은 9위다. 팀 OPS는 .768로 8위다. 지난 4일 4번타자 양석환이 10호 홈런을 터뜨려, 올 시즌 LG 타자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타자가 됐다. 뒤를 이어 박용택(8홈런) 오지환(8홈런) 이형종(8홈런)이다.  LG 장타력의 현실이다. 같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은 124홈런, 거의 50개 차이가 난다.
LG는 두산의 야수 선택으로 만든 무사 1,2루 찬스에서 4번부터 강공을 펼쳤고, 외야 뜬공-내야 땅볼로 1-1 동점은 만들었으나, 역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양석환이 친 외야 타구는 좌측 펜스 1m 앞에서 잡혔다. 양석환이 4번을 맡고 있지만, 이제 성장을 시작한 선수다. 4번을 맡아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지만, 다른 팀 4번타자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형종이 때린 타구는 3루수 가슴에 막혀 범타로 타점을 올렸다. 이형종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 올해가 풀타임으로 뛰는 첫 시즌이다. 이형종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5번의 무게감을 감당하기는 아직 이르다. 
1-2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2사 후 박용택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다음 타자는 안익훈. 올해 배팅에 힘이 생겼고 타격에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안익훈은 좌중간 안타를 때렸고, 박용택은 2루를 돌아 3루에 안착했다. 그런데 안익훈은 1루를 돌아 2루까지 내달렸다. 상대 허를 찌르러 했다. 
그러나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두산의 중계 플레이는 빈틈이 없었다. 중견수 정진호가 2루에 송구했고, 오재원은 기다렸다가 태그 아웃시켰다. 경기 종료.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찬스를 무산시켰다. 과감한 주루 플레이보다는 상대와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무모한 플레이였다.
장타력이 부족한 LG는 벤치에서 공격적인 주루를 많이 주문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런앤히트, 도루 등 사인도 많이 낸다. 그 결과 LG는 올 시즌 도루 실패가 43개로 10개팀 중 가장 많다. 도루 성공률(성공 62개)은 59%로 9위다. 주루사는 34개로 6위이지만, 경기 막판 접전에서 자주 나와 효율성 논란이 있다.
외국인 타자의 과도기, 중심타선의 장타력, 성공률이 낮은 과감한 주루 플레이 등 LG의 숙제거리가 확연하게 드러난 패배였다. 
/orange@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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