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클로저다'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kt 김재윤(27)이 2이닝 역투로 52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김재윤은 5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전에 구원등판했다. 4-2로 앞선 무사 만루서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지만 2이닝 무자책 역투로 팀 4-3 승리를 지켜냈다.
김재윤의 올 시즌 초는 찬란했다. 김재윤은 첫 18경기서 15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을 유지했다. 1승12세이브. 팀 전력이 강하지 않은 탓에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깔끔했다.
세부 기록도 좋았다. 같은 기간 피안타율은 1할5푼1리. 피OPS(출루율+장타율)도 0.404에 달했다. 사실상 매 경기 깔끔투를 이어갔다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김재윤은 6월 7일 수원 LG전서 ⅓이닝 5피안타 5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올 시즌 첫 블론세이브가 너무도 뼈아팠다. 이후 kt의 부진이 점차 심해지며 김재윤은 등판 기회 자체를 잡지 못했다.
김진욱 kt 감독 역시 "(김)재윤이의 등판 간격이 워낙 불규칙한 상황이다. 때문에 9회 마무리로 고정시키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김재윤 활용법은 조기 투입. 김진욱 감독은 "승부처라고 판단하면 조금 빠른 시점에서 등판해 긴 이닝을 맡아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김재윤도 이 점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나 말고 다른 불펜투수들이 워낙 고생했다. 등판하지 못하며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며 "남은 시즌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5일 경기, kt는 상대 선발 메릴 켈리에게 묶이며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그러나 1-2로 뒤진 7회, 켈리가 내려가자 기지개를 켰다. 7회 2사 후 집중력이 빛났다. kt는 2사 2루서 전민수의 동점 적시 2루타와 멜 로하스의 투런포로 4-2 역전에 성공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8회 마운드에 엄상백을 투입했으나 선두 제이미 로맥에게 내야안타를 내줬다. 오태곤의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 로맥은 폭투를 틈타 2루까지 향했다. 이어 정의윤이 12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 무사 2·3루에서 kt는 심재민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심재민은 김동엽에게 볼넷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결국 kt 벤치의 선택은 김재윤이었다. 김재윤은 선두 한동민을 초구부터 투수 땅볼로 요리했다. 바운드가 워낙 큰 탓에 병살타까지는 힘들었지만 기선을 제압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김재윤은 후속 김성현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내줬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대타 박정권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무사 만루에서 한 점을 내주며 리드를 지킨 것이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KBO리그에서 무사 만루 평균 기대 득점은 2.43점. 이러한 기조는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 '보통의 경우' 무사 만루면 2~3점을 내주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김재윤은 1점만 내주며 통계를 무시했다.
김재윤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쳤다. 김재윤의 값진 세이브였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