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전현직 비운의 투수' 맞대결, 모두 울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05 21: 50

'전직 켈크라이' 메릴 켈리(29·SK)와 '현직 피크라이' 라이언 피어밴드(32·kt)의 정면충돌. 모두가 '크라이(cry)'로 마쳤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전을 4-3으로 승리했다. 최근 2연패와 SK 상대 7연패를 한 번에 깨는 값진 승리였다.
이날 경기 양 팀은 모두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다. SK는 켈리, kt는 피어밴드를 내세워 승리를 노렸다. 이들의 매치업은 가히 전현직 비운의 투수간 맞대결이라고 칭할 만했다.

2015년 SK에 입단한 켈리의 별명은 '켈크라이(켈리+크라이)'였다. 저조한 득점 지원으로 승리와 연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 그는 지난 시즌 33경기(선발 2위)에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 3.69(5위)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도 22회로 많았다. 그러나 승수는 단 9승에 불과했다. 전체 20위.
올 시즌은 완전히 달라졌다. 켈리는 올해 21경기서 평균 7.22점을 지원받았다. 리그 전체 4위. 앞선 두 시즌에 비해 훌쩍 뛰어난 값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에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적은 한 차례뿐. 이마저도 퀄리티스타트 실패에도 승리투수가 된 적이 한 차례 있으니 상쇄된다.
켈리를 휘감았던 '크라이'의 기운은 피어밴드로 옮겨간 모양새다. '피크라이(피어밴드+크라이)' 피어밴드는 올 시즌 19경기에 선발등판해 12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했다. 박세웅(롯데·2.89)과 더불어 리그 유이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다. 그러나 7승8패. 비슷한 성적의 박세웅이 9승3패로 쾌재를 부는 것과 상반된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19번의 등판 중 16번을 퀄리티스타트로 장식했다. 헥터 노에시(KIA·17QS)에 이은 리그 2위. 그러나 퀄리티스타트에도 패전을 떠안은 게 벌써 6차례나 된다. 이 부문 압도적 리그 1위다. 반대로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못한 경우에 승리투수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는 저조한 득점지원 탓이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평균 4.18점을 지원받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21명 중 최저 3위. 피어밴드보다 득점 지원을 덜 받은 이는 팀 동료 고영표와 로치뿐이다. 피어밴드는 매번 "승투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의연함을 유지하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막상 뚜껑을 열자 피어밴드가 흔들렸다. 피어밴드는 2회까지 61구를 던지며 2실점했다. SK 타자들은 집요한 커트로 피어밴드를 괴롭혔다. 5이닝 소화도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동안 45구로 SK 타자들을 막아섰다. 그 사이 kt 타선은 켈리에게 고전하며 1득점에 그쳤다. 결국 피어밴드는 1-2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며 시즌 9패 위기에 몰렸다.
켈리는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으나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실점이 나온 4회, 내야진이 켈리를 흔들었다. 선두 전민수가 포수 이성우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한 게 시작이었다. 1사 후에는 윤석민이 3루수 방향 강한 타구를 날렸다. 최정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으나 글러브를 살짝 맞고 좌전 안타가 됐다. 1사 1·3루서 박경수의 큰 바운드 내야 안타로 실점했다. 이밖에도 기록되지 않은 몇 차례 실책들이 켈리를 괴롭혔다.
켈리는 6회까지 비자책 1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SK가 2-1로 앞선 상황, 켈리의 13승 요건이었다. 그러나 7회 마운드에 오른 김주한이 2사 2루서 전민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SK 불펜의 방화로 켈리의 13승과 피어밴드의 9패가 모두 지워졌다. 김주한은 뒤이어 멜 로하스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아 오히려 2-4로 역전당했다.
경기는 kt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 팀 선발 모두에게 아쉬운 경기였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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