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택시운전사’ 송강호 기사님, 1980년 광주로 가주세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8.05 11: 00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는 아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주제가 가진 민감성 때문인데, 피해자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사연을 적나라하게 그리기엔 그 시대의 아픔이 너무 초라하게 비춰질까봐 사건의 현장보다 외부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택시운전사’에서 신군부 정권에 직접적으로 당하고, 그에 맞서는 사람은 광주에 사는 대학생 재식(류준열 분)이 유일하다. 재식의 친구들이 시민군으로서 시위에 가담하다 계엄군의 고문에 당하지만 지나가는 배경 중 하나이지 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니다.
두 명의 외부인인 서울의 택시기사 만섭(송강호)과 독일의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가 가진 시선과 그들의 심경 변화에 따라 관객들이 움직이게 만든다.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마음 속 행로를 따라가는 관점이 가진 생생함으로 1980년 5월 그 날의 광주를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딘가 살아 있을 김사복(가명) 택시 기사를 연기한 배우 송강호에 집중해야 한다. 그 사람이야 말로 그 시대의 소시민을 대표하는 아버지로서 사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세상이 어디 있어?” “시위 하려고 대학 갔니?”는 말로 현실에 만족하다가 우연히 광주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완전히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갖게 되는 인물로 변화한다. 초반에는 피터의 카메라를 우습게보다가 군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숨기는 모습이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게 만든다.
5·18 민주화운동은 당시 신군부에 진압됐지만 6월 민주화 항쟁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에 그 날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터다. 광주를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차단했음에도 그곳을 뚫고 들어간 택시기사 김사복씨와 사건을 전 세계에 보도하기 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펜터의 사명감은 ‘택시운전사’에 가슴 뭉클하게 잘 녹여들어갔다.
코믹부터 스릴러, 드라마, 액션,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신이 가능한 송강호는 난감하고 억울한 상황에 몰린 택기기사 만섭의 심정을 실감 나게 스크린 위에 구현해냈다.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광주로 되돌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송강호는 딸 아이의 아버지이자 선량한 국민으로서, 광주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시운전사 역을 맡아 공감 가는 연기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남녀노소 모두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다시 한 번 ‘국민배우’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개봉 4일차인 오늘(5일) 오후 5시 30분을 기준으로 300만 2046명을 돌파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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