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보다 OPS' 힐만 감독의 이유있는 주문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05 05: 59

OPS(On-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 1980년대 미국에서 고안된 이 기록은 어느덧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해졌다. 트레이 힐만 SK 신임감독은 바로 이 잣대로 팀 선수단을 변화시키고 있다.
타자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가장 흔한 잣대는 단연 타율이다. 기사는 물론, 시상식 등 대부분의 상황에서 타자의 출장 경기수 바로 뒤에 나오는 기록이 바로 타율이다. 그 뒤를 이어 홈런과 타점, 득점 등이 따라온다.
그러나 '세이버매트릭스'를 다루는 이들은 타율이나 타점을 넘어 다양한 지표를 고안했다. 그 출발점은 OPS다. OPS는 1984년 미국 하버드대 졸업생 딕 크레이머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계산법은 단순하다. KBO 공식 기록인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하면 된다.

세이버매트릭스를 다루는 이들은 OPS를 넘어 wRC+(조정득점생산),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등의 지표를 고안해냈다. 공격 생산력을 따지기에 풍족한 도구들이지만 OPS는 가장 직관적이며 계산이 쉬운 탓에 여전히 공신력을 인정받는 지표다.
현장에서도 조금씩 OPS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있다. 힐만 감독은 4일 수원 kt전에 앞서 "공격의 생산성을 따지기에는 OPS가 가장 직관적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가 나온 건 최근 SK의 타격 부진 때문이다. SK는 4일 경기 포함 후반기 16경기서 4승12패, 승률 2할6푼7리에 그치고 있다. 원인은 팀 타율이다. SK 타선은 동반 슬럼프에 빠지며 후반기 팀 타율 2할5푼3리에 그치고 있다. 팀 홈런은 23개로 두산(24홈런)에 이어 KIA와 공동 2위지만 72득점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리그 평균(82득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팀 타율(.264)은 리그 최하위다. 팀 홈런(176개)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율이 낮아지는 것도 감소해야 한다. 내 초점은 여전히 OPS에 맞춰져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OPS는 몇몇 선수들에게 직접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힐만 감독은 마윈 곤살레스와 조지 스프링어(이상 휴스턴)의 예를 들었다. 힐만 감독은 SK 부임 직전 두 시즌 동안 휴스턴 벤치 코치로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힐만 감독은 "곤살레스나 스프링어도 초반에는 OPS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라며 "몇몇 선수들은 이 개념을 온전히 적용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그래도 OPS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OPS는 타격 생산성을 따지기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SK 선수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은 그 과정 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으로 이뤄진다. 홈런 군단 SK의 장타율이야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 문제는 출루율이다. 힐만 감독은 "출루율은 결국 공을 많이 지켜봐야 한다. 공을 잘 고르다보면 타율도 올라가는 게 당연한 이치다. 선수들이 선구안을 조금 더 늘리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SK의 팀 장타율(.461)은 리그 3위지만, 팀 출루율(.340)은 8위에 그친다. 힐만 감독이 선수들에게 선구안을 주문한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OPS만 따졌을 때 최정(1.094)과 한동민(1.019)은 리그 최정상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몇몇 주전급 선수들은 리그 평균(0.79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유의 장타력에 조금의 정교함만 더하길 바라는 사령탑의 마음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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