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회해야죠. 못하기도 했고, 사고도 쳤는데…".
한화 내야수 오선진(28)에게 올 시즌은 잊고 싶은 '시련의 해'로만 남을 뻔 했다. 지난 2008년 프로 데뷔 후 2군에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설상가상, 지난 4월말 수원 원정 중엔 팀 동료 양성우와 경기 당일 새벽 술자리를 가진 것이 팬들에게 발각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렇게 잊혀지는가 싶었던 오선진이 8월 들어 아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주석·강경학의 부상으로 지난달 27일 1군에 다시 올라온 오선진은 후배 정경운의 엄지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잡은 2일 마산 NC전에 유격수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하며 이상군 감독대행 눈도장을 찍었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오선진이지만 유격수는 익숙한 자리가 아니다. 통산 수비 포지션을 보면 3루수(307경기) 2루수(178경기)로 대부분 뛰었고 유격수는 91경기뿐이었다. 그마저 가장 최근 선발 유격수는 2012년으로 5년 전. 낯선 자리였지만 오선진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며 기회를 잡으려 했다.
그는 "유격수를 본 지 너무 오래 됐다. 오랜만이래 어색하지만 지금 내가 그것을 가릴 상황은 아니다. 긴장하며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처럼 2군에 오래 있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타격이 너무 안 맞아 스트레스가 심했다. 1군 올라오기 전 2군에서도 감이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력으로 존재감을 어필한 오선진은 3일 NC전에서 2안타 멀티히트로 떨어져있던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4일 대전 KIA전에선 정근우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선발 제외되자 2번 타순에 전진 배치했다. KBO리그 최정상급 투수 헥터 노에시에게 2회 중전 적시타, 4회 중견수 키 넘어가는 2루타를 터뜨리더니 6회 심동섭에게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지난 2012년 9월11일 대전 삼성전 이후 5년만의 3안타. 1군 콜업 전까지 15타수 1안타 부진을 완벽하게 씻어내고 있다.
오선진은 "이젠 좀 칠 때가 됐다. 그동안 너무 안 맞았다"며 "어떻게든 지금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 올해 못하기도 했고, 사고도 쳤다. (양)성우는 다시 1군에 올라와서 잘했는데 난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남은 시즌에라도 만회해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젠 오선진도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20대 후반의 나이, 후배들이 많아졌다. 그는 "이제 곧 서른살이 된다. (2군에 오래 있다 보니) 얼굴도 많이 탔고, 예전 꽃사슴이 아니다"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2012년 주전 3루수로 세 자릿수 안타(105개)를 칠 때만 해도 한화 내야진을 이끌어갈 핵심으로 앞날이 창창했지만 군입대를 전후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만 28세의 오선진에겐 기회가 남아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오선진이 내야 수비는 어느 자리에서든 깔끔하게 잘한다. 교체로만 나가다 보니 타격이 그 자리에만 머물렀는데 선발로 나간다면 지금보단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우여곡절과 시련을 뒤로 한 오선진이 다시 한 번 비상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