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 속담이 있다. 비록 전성기에 비해 기량은 다소 떨어졌다고 해도 경험이 많은 베테랑은 늘 위기 때 큰 힘을 낸다.
'꾸준함의 대명사' 박한이(삼성)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삼성 외야진의 한 축을 맡았던 박한이는 올해 들어 무릎 수술 여파로 출장 기회가 확 줄어 들었다. 1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달성 가능성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하지만 박한이의 방망이는 녹슬지 않았다. 4일 마산 NC전서 역전 투런 아치를 터뜨리며 지난달 29일 고척 넥센전 이후 5연패 수렁에 빠진 삼성을 구했다. 최근 10경기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의 고감도 타격을 과시중인 박한이는 6번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회 무사 2루서 첫 타석에 들어선 박한이는 NC 선발 이재학의 1구째를 때렸으나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박한이는 두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0-1로 뒤진 4회 2사 1루서 이재학의 2구째 직구(137km)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비거리는 135m.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큼지막한 타구였다.
삼성은 박한이의 중월 투런 아치에 힘입어 2-1 승기를 가져왔고 5회 김성훈과 다린 러프의 적시타로 2점 더 달아났다.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박한이는 NC 두 번째 투수 임정호와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랐다. 박한이는 대주자 김헌곤과 교체돼 이날 임무를 마쳤다.
예년보다 입지가 좁아지면서 얼굴이 어두웠던 박한이. 이날 삼성의 5연패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what@osen.co.kr
[사진] 창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