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26년'과 다른 하나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8.04 14: 00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2007년 개봉한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2012년 선보였던 ‘26년’(감독 조근현)과 마찬가지로 1980년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다뤘지만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사건과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의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이 높은 옥상에서 시민군과 계엄군들의 대치를 지켜보거나, 독일의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가 카메라에 담아 기록한다는 점이 그렇다.
치열했던 광주의 그 날을 담은 ‘화려한 휴가’는 모두 실존인물들을 개명해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군부 독재 타도” “유신 철폐”를 외치며 고군분투했던 광주의 시민들이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 딸이었을 광주의 소시민들이 겪었던 치열했던 열흘을 담은 것.
강풀의 동명 웹툰 ‘26년’을 원작으로 한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그 날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이 지난 후 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를 살해하려는 작전을 담은 액션 복수극이이었다.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 날의 비극이 지난 역사가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처라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 운동을 세계 최초로 알린 독일기자 피터와 택시기사 김사복이라는 제3자의 시선을 통해 그 날을 담았다. 택시비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를 손님으로 받고 광주로 내려간 만섭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픈 꿈 많은 대학생 구재식(류준열)과 갈 곳 없는 서울 손님에게 밥상을 내주는 택시기사 황태술(유해진)을 만난다.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웠던 저녁 시간이 지나고 계엄군이 점령한 금남로에서 두 사람은 이 평범한 이웃들이 군인들의 총에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만섭과 피터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면서 외부인의 시선이 무너지면서 동력을 잃는다.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사려 깊은 장훈 감독의 시선에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단점을 상쇄시켰다.
우리에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광주 시민들의 한탄은 귓가에 오래도록 남는다. 광주민주화항쟁은 죽은 자의 말 없는 사연 속에, 살아남은 자의 가슴 속에, 그리고 민족의 역사 속에 살아나 시대의 아픔을 되새기게 해준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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