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출신의 이상민이 요즘 세간에 화제다. 톱가수에서 성공한 사업가, 그리고 빚쟁이로 전락했다가 최근 인기 방송인으로 부활한 그의 삶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물론 실화다. SBS ‘미운 우리 새끼’ 이상민 방송 분에서는 실제 채무자가 출연해 어마어마한 빚의 규모와 채권 회수의 무서움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상민이 갚아야 할 채무는 모두 69억 8천만원. 최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금액이다. 빚에 시달리던 암울한 모습이 방송가 화제였던 지난 해 이 맘 때보다 수 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직 웬만한 서민들이 평생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만져보지 못할 채무가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2년 내 청산 후 직접 알리겠다”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해 네티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도대체 한 달에 얼마나 벌길래 70억 원에 가까운 빚을 2년에 갚겠다는 것일까.
단순 계산으로 월 2억9천만원 가량 수입을 몽땅 빚 갚는데 써야 가능한 액수다. 이상민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단 하루만 쉬었다”고 했다. ‘미우새’ 방송에서 살펴본 그의 일상은 새벽까지 한 밤까지 빡빡하게 방송과 각종 행사 일정으로 꽉 차 있다. 소비는 자린고비처럼 줄이고 벌이는 거의 전부 빚 갚는데 쓰는 중이다.
보통 특A급 방송인들의 예능 프로 1회 출연료는 수 천 만원 수준이다. 방송사와 프로 내용에 따라 여기에서 보통 20%가량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로 조정한다. 그럼에도 몇 명 안 되는 이들을 섭외하느라 일선 PD들은 노심초사, 캐스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특A급의 경우 많게는 7~8개 프로까지 겹치기 출연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CF와 행사 출연은 별도다. 느슨하게 벌어도 한 달 수입이 수 억원 훌쩍 넘어선다.
이상민의 방송가 섭외 위치는 B급 수준이다. 메인 MC를 맡지는 못해도 약방의 감초 격 패널이나 보조MC로 활약하고 있다. SBS 한 중견 PD는 “가장 섭외하기 힘든 게 B급 수준 MC들이다. 워낙 많은 프로에 출연을 하다 보니 일정에 바늘 하나 꼽기도 힘들 정도다. 그래서 재치 넘치고 감각 있는 B급 MC를 잡기 위해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하고 읍소하는 등 진짜 고생을 한다”고 했다.
말이 원톱 MC 아래의 B급일뿐, 그 벌이와 일감은 전혀 처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통 주요 예능 프로의 1회 출연료는 3백만~1천만원 사이. 역시 개인별, 출연 프로별 편차가 심하다. 본인이 이상민처럼 이를 악물고 이런 섭외 저런 섭외를 다 받아서 일을 하면 월 3억원 수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특히 이미지 관리 등의 이유로 출연 횟수를 조정하는 특A급들에 비해 B급 MC들은 다작이나 겹치기 출연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돈벌이에는 강점이다.
이상민이 지난 3일 SNS에 남긴 글은 그를 비난하는 악플러 가슴에 새길만 하다. 개인파산 등의 쉬운 방법으로 빚을 덜고 책임을 회피하기 보다 지난 12년 동안 직접 빚을 갚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2년에 70억원 갚기’라는 금액의 무게에 놀라 이상민을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볼 이유도 없다. 연예계 인기 방송인, 배우, 가수들은 그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익부 빈익빈이라서 이 사회에서도 상위 10%의 나머지 90%의 소득 격차가 엄청난 것일 뿐.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