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가 더 스릴 있다. 재미있다".
NC의 '큰 형님' 이호준(41)은 야구인생 대부분 시간을 주전 선수로 뛰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그가 뒤늦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바로 전문 대타요원.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스릴과 재미를 느낀다. 새로운 시각에서 야구 공부까지 된다.
이호준은 3일 마산 한화전에서 2회 2사 2·3루 찬스가 되자 대타로 등장했다. 0-2로 뒤진 시점, 9번 포수 박광열 타석에 김평호 NC 수석코치가 2회부터 과감하게 이호준 대타 카드를 뽑아들었다. 1~2구 모두 볼을 골라낸 이호준은 김재영의 3구째 직구를 가볍게 밀어쳤고, 우측 빠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2-2 동점 적시타. NC는 이호준부터 5연속 안타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이호준은 "경기 전부터 코치님들이 '오늘은 초반부터 찬스가 되면 바로 대타로 나갈 수 있으니 1회부터 몸을 좀 풀고 있으라'고 미리 주문했다. 1회부터 덕아웃 옆에서 배트를 들고 몸을 풀었다. 2회에 이미 100% 상태로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상대 투수(김재영)에게 시즌 첫 홈런을 쳤던 터라 어떤 볼을 칠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까지 이호준은 올 시즌 모두 16차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11타수 4안타 2볼넷 1사구로 타율 3할6푼4리, 출루율 4할3푼8리를 기록 중이다. 2개의 희생플라이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대타 성공률. 대타 타점이 9점으로 넥센 이택근과 함께 리그 최다에 올라있다. 풍부한 경험, 노련미로 원샷원킬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호준은 "지금 내가 맡은 역할이 대타다. 거기에 맞춰 준비하고 집중한다. 언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경기 내내 집중해서 본다. 상대 투수 공과 컨디션, 경기 상황을 보고 언제 어떤 타이밍에 나갈지 생각해 놓고 준비한다.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야구에 대해서 새로운 공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타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도 새롭다. 이호준은 "대타가 더 스릴 있다. 항상 결정적일 때 나가기 때문에 한 타석에 초집중을 하게 된다. 선발로 나가면 4번의 타석이 돌아오기 때문에 (긴장감이) 조금 풀릴 수 있는데 대타는 한 번의 실수로 끝이다. 주어진 타석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려 한다. 대타만의 재미가 있다"고 대타 예찬론을 펼치며 웃었다.
지난해까지 부동의 중심타자로 활약해온 이호준에게 대타 역할은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라고 해서 대타를 못한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사이 후배 모창민·권희동이 새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고, 이호준은 대타로 현역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이호준이란 리그 최고의 대타 요원을 보유하고 있는 NC는 대타 성공률도 매우 높다. 대타 타율이 2할9푼7리로 10개팀 통틀어 최고. 2위 KIA(.265)보다도 3푼 이상 높다. 찬스에서 확실하게 낼 수 있는 '대타 이호준'은 NC의 큰 무기. 남은 정규시즌은 물론이고 가을야구 단기전에서 더 큰 힘과 존재감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창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