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레이너가 오면 겁이 나요".
주중 마산 NC와 원정시리즈 중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이 던진 씁쓸한 농담이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시리즈에만 한화는 부상자가 끊임없이 속출했다. 1일 경기 선발투수 배영수가 팔꿈치 근육 부상으로 공 2개만 던지고 강판된 뒤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유격수 정경운도 엄지손가락 통증으로 2일 경기 결장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연전 마지막 3일 경기엔 정근우와 윌린 로사리오가 연이어 햄스트링 통증으로 교체됐다. 정근우는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3회 수비부터 빠졌고, 로사리오는 5회 투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뛰어가 오른쪽 햄스트링이 올라왔다. 주축 타자 둘이 빠진 한화는 NC에 2-10 완패했다. 정근우는 상태가 크게 심각한 것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로사리오의 경우엔 점검 차원에서 병원에 가서 체크를 할 전망이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지독한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성열·하주석·허도환이 햄스트링·허벅지 통증으로 이탈했고, 이태양과 배영수는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 말소됐다. 강경학도 손가락을 다쳐 1군에서 빠졌다.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는 6월10일 복사근 손상을 입은 뒤 두 달 가까이 미복귀 상태다.
베스트 전력으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끊임없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니 성적이 날 리가 없다. 자고 깨어나면 부상, 또 부상이다. 투타 가리지 않고 부상자가 나오고 있어 정신이 없다.
트레이너가 올 때마다 겁이 난다는 이상군 감독대행이지만 그에 앞서 김성근 전 감독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김 감독도 5월초 선수들의 줄부상에 "트레이너에게 전화만 오면 겁난다"고 토로했었다. 김 전 감독이 있을 때는 과도한 훈련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있었지만, 그가 떠난 뒤에도 부상은 끊이지 않는다.
실제 한화를 집어삼키고 있는 햄스트링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통 햄스트링은 30대 이상 나이든 선수들이 주로 겪는데 한화에선 하주석·최재훈·김원석·로사리오 같은 20대 선수들까지 다쳤다. 전임 감독이 남긴 후유증이라거나 불운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구단 트레이닝 시스템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
한화 사정에 밝은 야구인은 "한화는 10개팀 중 부상자가 가장 많은 팀이다. 트레이너 한 명이 최소 5명의 선수를 전담해야 한다. 한화에는 유독 같은 부위 부상이 재발해서 다친 선수들이 너무 많다. 선수 개인이 각자 알아서 관리를 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라면 구단 차원에서 점건해야 한다. 선수 육성보다 부상 방지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끝없는 부상 악재로 무너지고 있는 한화. "고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숨이 나올 정도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원인과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waw@osen.co.kr
▲ 한화, 부상 엔트리 말소 리스트
- 권혁(허리) 3.31~4.25(26일)
- 이용규(팔꿈치·손목) 3.31~4.19(20일), 5.4~7.6(64일)
- 김원석(햄스트링) 4.5~5.3(29일)
- 로사리오(발목) 4.10~4.20(11일)
- 이성열(햄스트링) 4.26~5.20(25일), 7.16~(19일~)
- 비야누에바(팔꿈치·소지) 4.28~5.15(18일), 5.24~6.10(18일), 6.26~7.22(27일)
- 김태균(햄스트링) 4.30~5.10(11일)
- 최진행(옆구리) 5.3~6.26(55일)
- 허도환(햄스트링) 5.5~6.5(32일), 7.28~(7일~)
- 최재훈(햄스트링) 5.20~6.15(27일)
- 오간도(복사근) 6.10~(55일~)
- 송광민(햄스트링) 6.20~7.5(16일)
- 하주석(허벅지) 7.21~(14일~)
- 이태양(팔꿈치) 7.22~(13일~)
- 강경학(손가락) 7.29~(6일~)
- 배영수(팔꿈치) 8.2~(2일~)
[사진] 창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