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대구 사나이'들이 고향 땅에서 펄펄 날았다.
2017년 2차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2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명신은 남도초-대구중-경북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다.
입단 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뒤 개막전 엔트리에도 포함됐지만, 고향인 대구 마운드에 오른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지난 4월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타구에 맞아 골절상을 입어 약 두 달 간 1군을 벗어나 있었던 만큼 김명신이 대구 원정에 나설 기회는 더욱 없었다.
지난달 7월 23일 1군에 복귀한 김명신은 1일부터 3일까지 치러진 대구 원정길에 올랐다. 3연전 중 첫 경기인 1일 김명신은 6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김명신이 꿈에 그리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스프링캠프를 마칠 당시 김명신은 가장 붙고 싶은 선수에 대해 경북고 선배이자 '국민타자'로 이름을 알린 이승엽(삼성)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김명신이 프로 첫 대구 마운드 첫 상대가 이승엽이었다. 김명신은 좌익수 뜬공으로 이승엽을 돌려세웠다. 김명신은 첫 날 경기를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으로 마쳤다. 김명신은 "이승엽 선배님께서 올해 은퇴한다고 하셔서 언제 상대해볼 기회가 있나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맞붙게 돼서 영광이었다"고 웃어보였다.
다음날인 2일. 김명신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2로 맞선 7회말에 등판한 김명신은 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번에도 이승엽과의 맞대결을 펼친 김명신은 1루수 직선타로 아웃카운트를 올리는데 성공했다. 8회초 타자들이 역전에 성공했고, 김명신은 이날 자신의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마친 뒤 김명신은 "고향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며 "어제 오늘 부모님과 누나, 옥산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조카가 왔다. 삼촌이 조카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는 경기 후 김명신의 호투를 축하하는 문자를 보내면서 '삼촌 김명신'을 더욱 흐뭇하게 했다.
투수에서는 김명신이 있었다면, 타자에서는 김인태가 고향에서 밝게 웃었다. 김인태 역시 대구에서 태어났다. 졸업은 포항제철서초지만, 대구 본리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특히 본리초교 시절 순회 코치로 온 류중일 감독은 "김기태 감독처럼 타격한다"라며 김인태의 타격 자질을 높게 사기도 했다.
퓨처스 올스타전 때 라이온즈파크를 오긴 했지만, 김인태가 정규시즌 경기에서 대구에 온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그리고 김인태 역시 첫 대구 원정에서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만들었다.
지난 2일 9회초 선두타자 조수행 타석에서 김인태는 대타로 들어갔다. 그리고 1볼-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삼성 심창민의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뽑아냈다. 김인태의 시즌 2호 홈런이자, 3-2에서 4-2로 점수를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결국 김인태의 홈런에 힘입은 두산은 5-2로 이날 경기를 잡았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날린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날 김인태 역시 가족들이 방문했다. 김인태는 "(2일 경기에) 고모, 사촌형, 동생 등 친척들이 왔는데, 가족들 앞에서 홈런을 쳐서 정말 뜻깊었다. 그동안 대구에 올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그런만큼 더 의미가 있다"라며 웃어 보였다.
가족들 앞에서 한껏 자존심을 세운 김인태는 다음날인 3일 7회 1사 1루 상황에서 삼성 다린 러프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소원 성취와 승리, 홈런에 호수비까지 두 대구 남자의 첫 고향 원정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