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부족+시행착오’ SK 불펜, 물러설 곳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04 06: 10

SK는 올 시즌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또한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41승8패(.837)를 기록했다. 리그 꼴찌다. 불펜 불안을 상징하는 지표들이다.
후반기 들어서는 더 심각해졌다. SK는 후반기에서 4번이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다. 리그에서 가장 많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7.58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SK의 후반기 성적은 3승12패(.200)로 리그 최하위다. +11까지 저축했던 승패차는 이제 다 까먹었다. 3일 넥센전에서 패하면서 5할 승률로 내려앉았다. 내리막이 꽤 가팔랐다.
SK의 후반기 문제를 모두 불펜에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선발도 부진했고, 타선도 무기력하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이럴수록 앞서고 있는 경기는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그래야 팀 분위기의 수직낙하를 막을 수 있고, 반등의 동력도 찾을 수 있다. 불펜투수들의 반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5위 넥센과의 승차가 4경기로 벌어졌고, 시즌이 41경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제 뒤는 없다. 더 처지면 끝이다.

결정적으로는 자원 부족이다. 활용할 수 있는 풀이 좁다. 운영에 다소간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2군에서 올라온 투수들은 한계를 드러냈다. 가능성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함만 증명했다. 여기에 믿었던 베테랑들이 부진하다. 지난해 팀의 뒷문을 책임졌던 박희수 채병용이 동반 부진한 것이 컸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서진용도 버티지 못했다. 집단 마무리라는 고육지책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집단 마무리 체제의 장기화는 팀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SK 불펜투수 중 박정배(평균자책점 2.86)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죄다 3점대를 초과한다. 필승조에 있거나 거쳤던 신재웅(4.11), 김주한(4.60), 서진용(4.93), 박희수(6.14), 전유수(6.53), 채병용(6.88), 문광은(7.52) 등의 평균자책점은 SK 불펜의 아찔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트레이드도 못했다. 결국 이 선수들로 남은 시즌 불펜 운영을 해야 한다. 프런트의 공급문제이니, 현장의 활용문제이니 따지고 들 시간이 없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지금 이 멤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골몰해야 한다. 어찌됐건 이제는 현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의견이 우세한 이유다. 사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힐만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심각한 불펜 문제를 겪어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의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는 게 전체적인 시각이다.
SK의 투수교체는 대부분 데이브 존 투수코치가 기안한다. 힐만 감독이 결정을 내린다. 기본적으로는 데이터를 본다. 그리고 팀의 불펜 상황과 경기 상황, 그리고 감을 섞는다. 데이터상 약하다고 해도 그날 구위가 코칭스태프에 확신을 준다면 밀어붙일 수 있다. 과정은 다른 팀과 유사하다.
그러나 KBO 리그 특유의 템포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SK는 원포인트가 사실상 없다. 거의 이닝별로 쪼갠다. 데이터나 좌우 스플릿에 대한 의존도는 타 팀에 비해 높지 않다. 이상적이기는 하다. MLB 식이기도 하다. 다만 메이저리그는 불펜투수들도 모두 수준급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에 올랐을 정도면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1이닝을 막을 수 있는 기본적 기량들이 있다. 하지만 KBO 리그나 SK의 팀 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가진 자원을 최대한 쥐어짜는 야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투수가 연속안타를 맞고 있을 때도 교체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급히 수습하려고 했을 때의 성적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된 경우도 적잖다. 
물론 힐만 감독이나 존 코치나 자신의 스타일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높은 성공 확률이 필요하다. 힐만 감독은 “KBO 리그가 타자들의 리그라는 것은 알았지만 전체적으로 불펜이 이렇게 고전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제는 알았으니 다른 처방전을 내놔야 할 때다. 벤치의 불펜 퍼즐맞추기가 완성도를 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가진 힘의 절대치는 약하다.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마저도 못 쓰면 그건 문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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