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확장 로스터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
허구연 위원 "자기 스윙 찾는 게 급선무"
두 번째 트리플A 강등.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던 황재균(30·새크라멘토 리버캣츠)의 '빅 리그' 재노크는 가능할까.
샌프란시스코는 3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전 종료 직후 엔트리 변동 소식을 전했다. 마이너리그 옵션을 활용해 황재균을 트리플A로 내려보냈고,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를 양도선수지명(DFA) 처리했다. 반대급부로 라이더 존스를 트리플A에서 콜업했으며 외야수 자렛 파커의 이름을 60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서 지웠다.
황재균으로서는 쓴잔을 들이키게 됐다.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로만 따져도 두 번째 트리플A 행이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서 타율 0.333, 5홈런, 15타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샌프란시스코의 동료와 코치가 뽑는 올해의 스프링캠프 신인상인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개막 로스터에 황재균의 이름은 없었다.
황재균은 계약 당시 3월과 7월, 두 번의 옵트아웃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는 팀이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승격시키지 않을 때, 그 선수가 희망한다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트리플A 생활을 이어가던 황재균은 6월말, '7월 이전까지 콜업하지 않을 경우 옵트아웃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쉽지 않아보이던 상황에서 때마침 팀 내야진에 구멍이 생겼고, 황재균은 6월 28일 그토록 꿈꾸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콜업 이튿날인 6월 29일 콜로라도전에 선발출장한 황재균은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그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이내 먹구름이 끼었다. 투수들과 승부에 애를 먹은 황재균은 13경기(10경기 선발)에 출장해 타율 1할6푼7리(36타수 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09,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결국 그는 콜업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7월 23일 다시 트리플A로 이관됐다.
그러나 트리플A 생활은 길지 않았다. 황재균은 일주일도 채우지 않은 7월 29일, 곧장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LA 다저스와 3연전에 황재균을 모두 선발로 내보내겠다"라고 밝혔다. 다저스가 알렉스 우드-리치 힐-류현진으로 로테이션을 꾸렸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황재균은 부진하던 가운데서도 좌투수 상대로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홈런도 바로 좌투수 카일 프리랜드 상대로 때려냈을 만큼 강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황재균은 재콜업 후 5경기에 내리 3루수로 선발출장했으나 타율 1할2푼5리(16타수 2안타), OPS 0.347, 2타점에 그쳤다. 결국 3일 오클랜드전에서 교체로도 출장하지 못했고, 경기 종료 직후 트리플A 행이 발표됐다. 기대를 모았던 좌투수 상대로도 타율 1할2푼5리(8타수 1안타), 1타점에 만족했다.
메이저리그 18경기 타율 1할5푼4리(52타수 8안타), OPS 0.459, 1홈런, 5타점. 냉정히 말해 황재균은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전혀 펼치지 못했다. 첫 술에 배부르지 못했던 그는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었으나 금세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가게 된 것이다.
황재균이 기대를 걸 부분은 9월 확장 로스터다. 메이저리그는 25인 로스터로 시즌을 치르지만 9월부터는 40인을 기용할 수 있다. 가용 인원이 15명이나 늘어나는 만큼 황재균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다. 때문에 두 차례 콜업은 황재균을 테스트한 셈이다. 그 기회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허 위원은 "가장 큰 걸림돌은 나이다. 만일 나이가 어렸으면 기회를 계속 줬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황재균의 나이는 완성품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허 위원은 야구선배로서 허 위원은 황재균에게 한 가지 당부를 전했다. 허구연 위원은 "배트 스피드가 투수의 공을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기 스윙을 못하고 툭 갖다대는 경우가 잦았다"라며 "확장 로스터 때 콜업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 남은 8월 본인이 절치부심하고 칼을 갈아서 확장 로스터 기회를 노려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제 확장 로스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황재균으로서는 자신감을 찾는 게 급선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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